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산업재해 사고를 낸 굴삭기 기사에게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 사업장에서 같은 위험을 공유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 기사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파기자판’을 한 것이다.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의 한 철거공사 현장에서 A씨는 B 공사업체 소유 굴삭기를 운전하던 중 사고를 냈다. A씨가 기둥 해체 작업을 수행할 때, B 업체 소속 근로자 C씨의 얼굴 쪽으로 철근이 튀었다. 근로복지공단은 C씨에게 보험급여 7800만원을 지급한 뒤, A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산재보험법에 따라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 원심은 A씨가 B 업체(산재보험 가입자)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운전 노무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라는데 주목해 A씨를 제3자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1월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원심을 뒤집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제3자를 판단할 땐 ‘보험관계’가 아니라 ‘사업장 내 같은 위험을 공유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A씨가 B 업체 소속 근로자는 아니었지만, A씨는 C씨와 마찬가지로 B 업체로부터 지휘·명령을 받고 작업을 수행했다.
C씨와 같은 위험을 공유한 A씨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따라 구상권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