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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연준 의장으로서 마지막이 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가진 후 마지막 기자회견을 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거세진 가운데 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 이번에는 기자회견이 이보다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여느 기자회견때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 등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조심스러운 단어들을 통해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역대 연준 의장 가운데서도 업적에 대한 논쟁과 더불어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이슈에서 굵은 발자국을 남긴 의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지식+월가 경험+정치적 균형감각 가진 연준의장<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대부분의 연준 의장들이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 출신인 것과 달리, 파월은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으로 투자은행과 사모펀드에서 잔뼈가 굵은 시장 전문가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생리를 특히 잘 이해하는 연준의장으로 평가받았다.
또 조지 H.W.부시(아버지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에, 트럼프에 의해 연준의장으로 지명되는 등 공화당과 민주당을 두루 거쳐 정치적 균형 감각도 탁월하다. 케빈 워시가 추월하기는 했지만 수천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역대 연준 의장중 가장 부유한 자산가로도 꼽혔다.
2011년 말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된 파월은 2018년 2월 재닛 옐런의 뒤를 이어 트럼프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다.
오바마의 임기 후반기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실업률은 4.1%로 양호한 수준으로 경제 성장률이 탄력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부양 효과와 새로운 수입 관세로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자 파월은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이에 트럼프는 파월 취임후 5개월만에 “금리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파월은 트럼프의 말을 무시했지만, 그해 가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립적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멀었다"고 말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트럼프는 그를 해임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코로나 당시 신속한 금리 정책, 최대 업적으로 평가돼<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외신들은 파월 의장의 업적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팬데믹에 집중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하는 무모할 정도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의 평가는 제2의 대공황이 될 뻔했던 상황을 피하는데 파월이 이끈 연준의 금리 정책 역할이 컸다는 것으로 모인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으며, 수조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승인했다. 또 재무부와 협의하여 기존의 중앙은행 업무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연준 대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파월은 "우리는 많은 금지선을 넘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 당시 케빈 워시는 당시 파월의장의 확장적인 대차대조표 정책과 정부 지출 장려가 이후 발생한 고물가의 원인이자 정치적 월권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워시에게 매파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은 파월이 이끈 연준의 확장적 대차대조표 정책에 대한 비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 특정 경제 이론(학파)에 매몰되지 않고 데이터 기반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실용주의적 성향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소통하며, 시장과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서 월가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파월 재임기간중 정기적인 기자회견과 점도표의 공개 등으로 시장에서 금리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 늦었던 실책, 저실업률 유지는 성과<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파월 의장 체제 하의 연준은 낮은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근로자들이 임금과 자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통찰에 따른 전략을 수립했다. 2020년 8월, 파월은 과거처럼 고용 시장이 "경직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1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은 처음에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고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이는 파월에게는 뼈아픈 판단 착오로 꼽힌다.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두자리수로 치솟으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결국 2022년 들어서면서 금리 인상을 서둘렀다.
파월 의장이 주도한 금리 인상은 이전과는 달리 신중한 어조를 띠었다. 고용 우선 정책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지 2년 후, 그는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 연례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성장 둔화와 고용 약화를 통해 "어느 정도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과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여전히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초반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하가 이후 인플레이션에 직접 연결됐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재편된 통화 정책 프레임워크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속도를 늦췄지만, 이후 단행된 금리 인상은 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파월 의장은 1980년대 초 고인플레이션을 타파하기 위해 경기 침체를 감수했던 폴 볼커 전 의장의 전략을 따랐기 때문이다. 파월은 폴 볼커 전 의장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에도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 파월의 연준 의장 재임 기간 동안 월평균 실업률은 4.6%로 전임 연준의장 재임 기간과 비교해 가장 낮다. 앨런 그린스펀 때는 5.5%, 벤 버냉키 재임기간은 7.3%, 재닛 옐런은 5.1%였다.
반면 평균 인플레이션은 3.09%로, 그린스펀 시절의 2.5%, 버냉키 시절의 1.84%, 전임 옐런 시절의 1.17%, 와 비교해 크게 높다.
비교하자면,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재임 시절보다 파월 시절의 평균 실업률이 1%포인트 낮고 평균 인플레이션은 약 0.6%포인트 높았다.
다시 만난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력에 연준 독립성 화두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2021년 말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파월은 트럼프가 2기를 시작한 지난해부터 또 다시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력과 해임 위협에 시달리게 됐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을 대체로 무시하면서 연준이 독립적으로 금리 정책을 지키도록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말 트럼프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가 연준 본부의 리모델링 공사 비용에 대한 형사 조사를 시도하자, 더 이상 참지 않았다.
파월은 동영상 성명을 발표하고 법무부의 조사는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닌 공익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금리를 설정한 결과”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파월의 이 발언은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인 공화당의 톰 틸리스 의원이 트럼프가 임명한 차기 의장 인준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마지막 저항에 나선 파월의 정치적 감각은, 결국 자신의 의도대로 의장 임기를 마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차기 의장이 마냥 트럼프만 보고 일하는 것이 편할 수 없게끔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화두를 의회와 시장에 한 번 더 주의환기하게 만드는 효과도 남겼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