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의 예금형 상품 적립액이 처음으로 줄었다. 증시 활황에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형 펀드 투자 비중을 늘린 퇴직연금 가입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면 남들과 노후 자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감)가 ‘연금 개미’들의 운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예금 등으로 이뤄진 원리금보장형 상품 적립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63조550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772억원 줄었다. 원리금보장형 투자가 감소한 것은 국내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배당형 적립액(145조1835억원)은 작년 말보다 22조원 증가했다. 안전자산에서 자금을 빼 증시에 간접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투자 상품 비중을 늘린 퇴직연금 가입자가 고수익을 내자 예금 편입 비율이 높던 가입자가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실적배당형 1년 수익률은 올해 1분기 기준 22.79%에 달했다. 원리금보장형(2.87%)보다 여덟 배 이상 높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은 “위험자산 투자 한도 확대와 투자 상품 다양화로 퇴직연금 시장이 실적배당형 상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오유림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