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전화 '모르는 번호'라며 안 받은 신입…"90년생이랑 일 못하겠어요" [리멤버 오피스워]

입력 2026-05-01 18:52
수정 2026-05-01 18:53

"90년생 팀원들이랑 일하기 너무 힘듭니다. 말도 일절 안 하고 거래처를 만나서도 고개 숙인 채 밥만 먹어요. 도저히 좋은 평가를 주고 싶지가 않네요." 최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리멤버 커뮤니티에는 세대 간 소통 문제를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비상 상황에서 직속 상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신입사원 사례도 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라 모르는 사람의 전화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업무 마감을 재촉하는 팀장에게 "팀장님이 손이 빠르시니까 직접 하시는 게 낫지 않나요?"라고 말했다는 사례도 화제였다.

얼핏 보면 기본 예의나 태도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무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나이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같은 업무를 두고도 시니어 직원은 전체 일정과 팀 성과, 부서 간 협업 등 '맥락'을 먼저 떠올리는 반면, 주니어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업무 범위, 평가 기준 등 '콘텐츠'를 우선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서로 다른 '업무 언어'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2030 직장인 10명 중 4명 "상사와 소통 원활하지 않아"
1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에 따르면 2030 세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는 상사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원활하다'는 응답은 30.8%, '보통이다'는 응답은 32.2%였다. 소통이 잘되지 않는 이유로는 '수직적·권위적 문화'가 38.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공감 및 경청 능력 부족'이 24.8%, '세대 간 가치관 차이'와 '소통 방식의 차이'가 각각 13.9%였다.

기업 문화 전반에 대한 불만도 컸다. 응답자의 58%는 한국 기업 문화가 젊은 세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 맞는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조사 대상은 20대 26.8%, 30대 73.2%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과장 이하 직급이었다. 기업 규모는 대기업 34.2%, 중견기업 34.6%, 중소기업 31.2%로 고르게 분포했다.시니어 "일은 전체 흐름 속에서 봐야" 먼저 관리자 입장을 보자. 관리자급 직원에게 업무는 하나의 과제로 끝나지 않는다. 특정 업무가 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부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일정이 밀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팀장이 업무 지시 과정에서 배경과 맥락을 강조하는 이유다.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입이 팀장 번호를 몰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보통 직속 리더 번호 정도는 저장해두지 않느냐"는 팀장의 불만도 이런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팀장에게 비상 연락망은 팀 운영의 기본 전제에 가깝다. 반면 신입에게는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은 '모르는 번호'일 수 있다.

팀장 입장에서는 "직속 상사 번호 정도는 기본"이라는 판단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주니어 입장에서는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기준을 뒤늦게 지적받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시니어의 암묵적 기대와, '명확히 안내받은 적이 없다'는 주니어의 인식이 부딪히는 지점이다.

리멤버 관계자는 "팀장은 직속 상사의 연락처를 저장해두는 일을 팀 운영의 기본 전제로 보는 반면, 주니어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라는 개별 정보로 받아들이는 데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라기보다 업무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가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조사에서도 2030 직장인들은 상사와 소통이 어려운 이유로 '수직적·권위적 문화'(38.4%)와 '소통 방식 차이'(13.9%)를 주요하게 꼽았다.주니어 "업무 범위와 기준이 명확해야" "팀장님이 손이 빠르시니까 직접 하시면 되지 않느냐"는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다만 발언한 직원 입장에서는 팀 전체 일정이나 역할 분담이라는 '맥락'보다, 누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라는 개별 업무의 '콘텐츠'를 먼저 본 결과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판단이 팀 전체의 역할 배분이나 책임 구조와 충돌할 때 갈등으로 번지곤 한다.

리멤버 관계자는 "주니어는 내가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리스트와 역할과 책임, 즉 R&R을 따진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추가되는 업무는 자신의 성과와 무관한 일로 받아들이거나, 기존 업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부담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니어 직원들은 대체로 자신이 맡은 업무의 범위와 책임, 평가 기준을 먼저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회사가 말하는 '주인의식'이나 '책임감'이 구체적인 권한·보상·평가 기준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추상적인 요구로 들리는 이유다.

이런 인식 차이는 개별 업무 지시를 넘어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2030 직장인의 59.4%는 젊은 직원들의 가치관이 기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다.

기업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실질적인 워라밸 보장·유연근무제 활성화'가 2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 문화'가 18.5%, '커리어 개발·교육 기회 확대'가 12.5%로 뒤를 이었다.

확실한 보상, 명확한 업무 범위, 예측 가능한 성장 경로를 중시하는 주니어에게 회사가 말하는 '주인의식'이나 '책임감'은 때로 추상적인 요구로 들린다. 반대로 리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업무를 쪼개서만 보는 태도가 협업의 흐름을 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세대 갈등처럼 보이는 문제가 실제로는 역할과 기대치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업무 언어 서로 번역해야" 결국 갈등을 줄이려면 서로 다른 업무 기준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니어가 말하는 '책임감'은 팀 전체 일정과 성과를 함께 고려하라는 뜻에 가깝지만, 주니어에게는 업무 범위가 불분명한 추가 요구로 들릴 수 있다. 반대로 주니어가 말하는 '업무 범위'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우선순위와 평가 기준을 확인하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니어에게는 업무를 단순히 거절하기보다 현재 맡고 있는 일과 우선순위를 함께 설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 제 업무 우선순위는 A와 B인데, 이 일을 추가하면 A의 완성도나 마감 일정을 어떻게 조정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못 한다"고 선을 긋기보다 리더가 일정과 자원을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니어 역시 업무의 배경만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행 기준까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하반기 팀 전체 성과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누가 어떤 범위까지 맡을지, 마감 일정과 기대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큰 목표를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업무 단위로 나눠 전달하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이런 조율의 상당 부분은 리더의 몫이다. 팀 목표를 구성원별 업무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역할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단순한 업무 배분을 넘어 '피플 매니지먼트(구성원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경옥 리멤버 헤드헌팅 그룹 에버브레인써치 대표는 "기업이 리더를 채용할 때 '리드 경험'을 주요 자격요건으로 보는 이유는 피플 매니지먼트가 책이나 강의만으로 익히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라며 "조직의 큰 목표를 개개인의 업무 리스트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역할을 조율해본 경험은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쌓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M세대가 리더가 되고 Z세대가 팀원이 된 지금도 소통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역할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각자의 일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조율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리더가 조직 안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