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핵심은 공모 여부에 대한 판단 차이였다. 1심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봤지만, 2심은 공동정범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는 28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며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공동 가공의 의사를 갖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역할을 나눠 범행에 관여했다고 봤다.
핵심 근거는 2010년 10월 22일∼11월 4일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든 계좌를 맡기고 주식 거래를 일임하면서 수익의 40%를 약정한 점이다.
1심은 이 사실만으로 김 여사가 시세조종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자연스러운 주가 상승 혹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면 수익의 40%나 지급하기로 하고 매매를 맡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블랙펄인베스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주가 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담보나 손실 보장 없이 거액을 맡긴 점도 공모 정황으로 판단했다. 또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라고 말한 점에도 주목했다. 거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의도가 드러난 정황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8일∼11월 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특정 시점과 가격에 맞춰 매도한 행위도 시세조종 수법인 통정매매라고 판단했다. 결국 김 여사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 인식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2011년 1월 13일 정산 이후 이뤄진 거래는 시세조종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소시효 판단도 달라졌다. 1심은 범행을 시기별로 나눠 일부는 시효가 지났다고 봤지만, 2심은 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5일까지 이어진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봤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5일 시세조종 행위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만큼 포괄해 하나의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김 여사는 주가조작 발생 15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공범 책임이 인정됐고, 2020년 고발 이후 6년 만에 사법 판단을 받게 됐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