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상상플랫폼 1층. 주말 오전인데도 입구부터 발걸음이 몰렸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중장년 부부, 친구끼리 찾은 젊은 방문객까지 남녀노소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안쪽에서는 떡메를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고, 주먹밥을 빚는 체험 부스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때 아시아 최대 곡물 창고이던 이 공간이 이틀간 '쌀 체험장'으로 탈바꿈했다.
인천시가 25~26일 연 '제1회 인천 쌀 문화축제' 현장이다. '상상 쌀 마실'을 부제로 내건 인천 최초의 쌀 테마 축제로, 단순 판매를 넘어 체험과 전시를 앞세운 점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다.
행사장 한쪽에는 강화섬쌀과 옹진쌀 등 인천쌀 8대 브랜드 홍보 부스가 자리를 잡았다. 행사 관계자가 재배 환경과 품종 특징을 직접 설명하자 방문객은 제품을 만져보고 비교하며 관심을 보였다. "같은 쌀인데도 지역마다 맛과 특징이 다르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전시 공간도 따로 마련됐다. 인천 이바유치원 원아들이 참여한 '내가 농부라면' 쌀포대 아트 전시다. 아이들은 쌀포대를 캔버스 삼아 논과 들판을 그렸다.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한 그림에는 모를 심는 농부와 황금빛 벼를 수확하는 장면, 논밭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쌀포대 위에 펼쳐진 아이들의 상상은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농업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은 메시지로 읽혔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발길을 멈추고 "아이들 시선이 더 따뜻하다"며 한참을 머물렀다.
체험존은 종일 붐볐다. 떡메치기, 쌀강정 만들기, 주먹밥 만들기, 쌀알 키링 공예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놀이 성격을 강화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쌀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직접 해보니 쌀에 관심을 둔다"고 입을 모았다.
무대 프로그램도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개막식에서는 퓨전 국악 공연이 흥을 돋웠고, 인천시 홍보대사 가수 김수찬이 무대에 오르자 관람객이 앞으로 몰려들었다. 중장년층은 휴대폰을 꺼내 공연 장면을 담느라 분주했다.
현장 곳곳에는 문화누리카드 결제 안내가 붙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방문객 상당수는 체험과 관람을 병행하며 단순 구매보다 '경험 소비'에 무게를 둔다.
이번 축제의 의미는 분명하다. 쌀을 판매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체험의 콘텐츠로 다시 불러내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다. 인천은 강화·옹진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대표하는 쌀 생산지지만, 소비 감소와 농가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젊은 세대의 쌀 소비는 줄고, 농촌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인천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쌀은 밥상 위 식재료'라는 익숙한 인식을 넘어, 즐기고 경험하는 생활 문화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떡메를 치고 주먹밥을 만들며 쌀을 놀이처럼 접했고, 어른들은 지역 브랜드 쌀의 가치와 농업의 의미를 다시 돌아봤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지역 농업의 현실을 공유하는 장이 됐다.
결국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줄어드는 쌀 소비를 되돌리고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천이 쌀을 매개로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시 연결하려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김익중 인천시 농수산식품국장은 "보고, 만들고, 즐기면서 쌀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인천 쌀의 가치가 생활 속에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