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가 '금값' "400만원도 싸다"…효성重, 6년 만에 270배 '껑충'

입력 2026-04-26 20:13



지난 2020년 4월 1일 효성중공업 주가는 주당 1만 3150원이었다. 당시 자본시장은 이 회사를 건설 리스크에 가려진 '잊힌 중장비 업체'로 분류했다.

6년이 흐른 2026년 4월 현재 상황은 판이하다. 주당 355만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 최고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주가 급등의 일등 공신은 생성형 AI가 불러온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빌딩보다 수십 배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초고압 변압기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미국 내 30~40년 된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는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귀한 몸이 됐다.

6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주가가 270배 폭발하며 '400만원 고지' 점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4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8.7% 급증한 152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조 3582억원으로 26.2% 늘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신규 수주 역시 4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수주 잔고 15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수직 상승의 배경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자리 잡고 있다. 조 회장은 2020년 인수 당시 여러 리스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후 총 3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최대 규모이자 유일하게 765kV 설계가 가능한 생산 기지로 육성했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거대 흐름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최근에는 멤피스 공장에 1.57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전력망 안보 자산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인도 푸네 공장도 800kV 이상 초고압 GIS 부문 점유율 95%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아모레퍼시픽 이후 11년 만에 종가 기준 300만원 시대를 열며 국내 증시 최고가 '황제주' 자리를 굳혔다.

국내 제조 업황의 중심축이 AI 인프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권가는 효성중공업의 400만원 돌파를 기정사실로 하며 목표주가를 줄상향 중이다. 대신증권은 목표가를 400만원으로, 유안타증권은 420만원으로 잇달아 높여 잡았다.

허민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31년까지 예약 슬롯이 차 있을 정도로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실적 고성장의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 중심의 고단가 수주 잔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