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시가총액 변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도 세 곳(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SDI)이 새로 ‘시총 5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총 상위 15위권에 삼성생명 등 그룹사 6곳이 포진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규모가 작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계열사를 자조적으로 부르던 삼성 ‘후자’는 옛말이 됐다. ◇10년간 시총 4배 불린 삼성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합산 시총은 이달 24일 기준 1802조8200억원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6년 말(394조7900억원)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맏형’인 삼성전자가 시총 증가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시총은 1406조5826억원(우선주 포함)으로 2016년(282조8999억원) 대비 1100조원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실적이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라탄 만큼 올해 삼성그룹 시총도 크게 불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24조5286억원, 305조2637억원에 달한다. 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87.2%, 600.1%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매출 예상치는 734조6302억원, 영업이익은 377조4538억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4일 기준 21만9500원으로 연초 이후 84% 급등했다. 채현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메모리 업사이클이 구조적인 수요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제약과 AI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자 외 계열사의 약진
삼성 계열사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 시총이 네 배 이상 불어난 계열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7곳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삼성전기(15.68배·58조8586억원)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7.39배·70조7326억원), 삼성SDI(7.18배·51조6553억원), 삼성중공업(7.57배·30조2720억원), 삼성증권(4.02배·9조9659억원), 삼성E&A(4.87배·10조2900억원) 등도 시총이 크게 늘었다. 삼성생명(48조9000억원)과 삼성물산(50조5156억원) 등 역시 시총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삼성 계열사의 질주는 ‘시총 순위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시총 최상위권을 유지해온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외에 삼성전기(11위), 삼성SDI(13위), 삼성생명(15위)도 15위권에 안착했다.
삼성전기 주가는 24일 78만8000원으로 1월보다 190%가량 급등했다. 2020년대만 해도 시총 순위 30위권이던 삼성전기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를 톡톡히 누린 결과다. 대표 제품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삼성SDI 주가도 급등세다. 20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조원대 하이니켈(니켈 비중 80% 이상)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고유가 시대 전기차 시장 회복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 기대도 더해졌다.
한때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 생산능력(캐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건설업과 패션 부문을 앞세워 지난해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10조원’ 클럽에 재가입했다. 수년간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던 삼성SDS는 최근 ‘AI 풀스택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배성수/이선아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