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조지아 공장 지역에서는 대를 이어 현대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필요합니다."
지난 22일 워싱턴DC에서 전직 연방의원협회(FMC)이 주최한 한국 기업 대상 미국시장 이슈간담회에 참석한 전직 의원들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김창준한미연구원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인과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존 포터(공화·네바다, 2003~2009), 바트 고든(민주·테네시, 1985~2011), 드류 퍼거슨(공화·조지아, 2017~2025), 신디 액스니(민주·아이오와, 2019~2023), 에릭 폴슨(공화·미네소타, 2009~2019), 도나 에드워드(민주·메릴랜드, 2008~2017), 론 카인드(민주·와이오밍, 1997~2023), 콴자 홀(민주·조지아, 2020~2021) 등 전직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미국 내 정치 동향에 관해 논의하고 한국 기업의 투자 및 사업 환경에 관해 조언했다.
채텀하우스 규칙에 따라 발언자를 특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말한 이들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미국 내 일자리 제공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나 투자 내역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점과 투자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한국 기업들이 '여러 세대에 걸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대중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공급망 관리'라는 진정한 의미의 국가 안보를 위해 한국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수적인 존재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 사회의 특성상, 대중에게 '잘 팔리는' 것, 즉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바로 우리 집 뒷마당에 들어와 있고, 우리 집 진입로에도 세워져 있어.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나 현대차가 있어. 이제 현대차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어. 이런 대중의 인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묘사했다.
"해당 공장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도심이나 농촌 지역 사회에 제조 시설을 설립하고 투자를 단행하면, 말 그대로 수만 가구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바로 그들이야말로 최고의 스토리텔러"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한국 기업 임원들과 골프도 치고 친하게 지내지만 현장 근로자들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들이 내게 찾아와서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근로자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협력할지, 근로자 가족들이 (한국 기업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서사를 만들고 그러한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만든다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지나치게 변칙적인 점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한 참가자는 "비단 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게도 정책의 진자가 지나치게 급격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그 진폭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직 의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변화의 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직 의원이 "중간선거 이후에는 의회에 권력이 일부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자, 다른 의원이 "권력을 제손으로 돌려주는 일은 없다"면서 "그것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받았다. 현재 집권 공화당이 실질적으로 트럼프 정부에 휘둘리고 있다는 평가이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갖게 되더라도 의회가 자발적으로 행정부에 넘겨준 권한을 돌려받기가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미국시장 이슈 간담회에는 영김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 사무실의 입법국장 샤인 리가 연사로 나서 영김 의원실이 추진하는 한미파트너십법안(PWKA·H.R.4687)의 현황에 관해 설명했다. 이 법안은 E-4 비자 1만5000개를 한국에 할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이 지난해 미 이민단속국에 대대적인 단속을 당한 사건 등이 거론됐다. 한 참가자는 당시 공장의 "기계 장비, 사용 설명서, 설치 매뉴얼, 유지보수 매뉴얼이 모두 한국어인데 조지아 주에 한국어 사용자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면서 "현지 인력과 한국에서 파견된 기술 전문 인력이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샤인 리 국장은 "파트너십 법안이 진작 제정됐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법안이 왜 미국을 위한 것이고,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지를 강조해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참가자는 이와 관련해 "이 법안이 그간 통과되지 못한 것은 반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 아니다"면서 "지난해 한해 발의된 법안은 총 1만1815건에 달했는데 이 중에서 실제 통과된 것은 196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단법인 김창준한미연구원은 FMC와 구축해 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1992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연방의회 의원(하원·공화당·캘리포니아)이 된 김창준 전 의원과 아내 제니퍼 안(부원장) 부부가 운영하는 연구원은 연방 하원의원과 한국 간의 가교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전직 미 연방하원의원의 방한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9차례 운영하면서 총 52명의 의원들이 한국을 찾아 양국 간 공통 관심사를 이해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은 52명 중 32명은 연구원의 명예대사직을 수락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명예대사들은 무역 통상은 물론 에너지 인프라, 첨단기술, 국방, 보훈 등 여러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주별 산업 환경, 투자 인센티브, 규제, 정치적 환경 및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미국시장 현안 간담회와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은 대미 수출이나 투자 등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