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갈아타볼까"…개미들 삼전닉스 팔고 향한 곳

입력 2026-04-22 17:54
수정 2026-04-23 00:31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가 중동 전쟁 리스크를 딛고 ‘6400 시대’를 열었다. 이달 들어 27% 급등하면서 코스피 7000을 향한 질주를 다시 시작한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는 개인과 외국인투자자의 전략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은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원전 대형주에 베팅하는 ‘불타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개인은 차익 실현 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반도체 너무 올라” 갈아타는 개인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46% 오른 6417.93에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최고점(6388.47)을 하루 만에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이란의 2차 휴전협상이 불발됐지만, 반복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패턴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코스닥도 전날 대비 0.18% 오른 1181.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 상승은 ‘반도체 투톱’이 주도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들 대형주를 일제히 팔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6조7507억원, 3조465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10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운 것이다. 지난달 전쟁 리스크로 코스피가 ‘5000 박스권’에 갇혀있을 때 두 종목을 집중 매수한 개인들이 이달 들어 지수가 전고점을 뚫자 발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1조1791억원)와 삼성SDI(9066억원)도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그 대신 개인투자자는 저평가주를 찾아 나섰다. 이달 개인투자자는 LS일렉트릭(5063억원), 네이버(3353억원), 하이브(3321억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이 중에서 LS일렉트릭을 제외하고는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하이브와 네이버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3개월 전보다 각각 32.16% 12.83% 내렸다. BTS 재계약 비용 증가와 인공지능(AI) 경쟁력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종목보다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거나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외국인은 ‘반도체 불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로, 3주 새 1조82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1조359억원), 두산에너빌리티(793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대신 외국인은 개인이 많이 산 HD현대중공업(7149억원)과 고려아연(5029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개인이 판 건 외인이 담고, 외인이 판 건 개인이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외인은 지수 상승에 베팅이들의 투자 전략이 엇갈리는 것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20~30위권 내 대형주를 중심으로 지수 자체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며 “개인은 가격 부담이 커진 대형주 대신 낙폭이 과하거나 아직 덜 오른 종목으로 갈아타며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전략 차이는 매매 패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개인은 코스피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낮거나 최근 주가가 내린 주식을 싸게 사들이고, 주가가 올랐을 때 곧바로 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6300을 돌파한 전날에도 개인은 1조920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지수 상승에 맞춰 1조원어치 이상 사들이며 매수 강도를 높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무조건적으로 저평가주에 베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기반 투자정보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이브와 네이버 관련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매수 의견은 유지했지만, ‘매도’나 ‘중립’ 의견을 잘 내놓지 않는 국내 증권사 관행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