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실전 성능이 입증된 ‘천궁-Ⅱ’ 뒤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강소기업이 촘촘히 포진해 있다. 구동장치, 레이더, 단조, 컴퓨터, 소프트웨어(SW) 등 분야별 강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경쟁력 있는 공급망을 형성했다. 이 같은 구조가 K방산 수출 확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퍼스텍이다. 퍼스텍은 유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구동장치를 제조·공급한다. 미사일이 음속으로 비행하며 목표를 추적할 때 꼬리 날개를 정밀하게 움직여 방향을 제어하도록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정밀도가 떨어지면 요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술 난도가 높다. 퍼스텍은 1975년 제일정밀공업으로 출발했고, 벌컨포 사격제어장치 등을 개발하며 방위산업 분야에 진출했다. 최근 글로벌 분쟁 확산으로 유도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레이더 분야에서는 넥스윌이 중추 역할을 맡았다. 천궁-Ⅱ 체계에서 목표 탐지와 추적을 담당하는 다기능레이더(MFR)의 송수신 제어 모듈을 개발한 회사다. 이 모듈은 고주파 신호를 주고받는 ‘레이더의 심장’으로, 탐지 정확도와 교전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을 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한일단조는 포탄과 유도탄체 등 고강도 금속 부품을 생산한다.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팅 분야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코츠테크놀로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방산용 싱글보드컴퓨터(SBC) 기반 임베디드 솔루션을 국산화했다.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대응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용 단계에서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크다. 솔트웍스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군 교육훈련 시스템과 전자식 기술교범(IETM)을 개발해 천궁 체계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무기 납품을 넘어 훈련과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통합 방산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이 같은 공급망 구조는 K방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대기업이 이끌고 가는 체계가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 각자 기술을 맡아 결합하는 ‘모듈형 생태계’가 구축되며 가격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강소 중소기업이 핵심 부품을 담당하고 대기업이 이를 체계화하는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며 “향후 K방산 수출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