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독박쓰면 어쩌나'…전쟁 탓에 신규 계약도 '올스톱'

입력 2026-04-22 22:00
수정 2026-04-23 00:40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건설·인테리어 시장에 ‘마감재 쇼크’가 덮쳤다.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는 단열재·접착제 등 건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공사비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료 가격 상승분이 인테리어 견적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하반기 리모델링 시장이 ‘수주 절벽’을 맞닥뜨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접착제·필름 20~30% 올라
2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은 20일 기준 t당 5133위안으로 1년 전보다 5.8% 뛰었다. PVC는 아파트 창호와 배관, 벽·천장 마감재의 핵심 소재다.

PVC 가격이 오른 것은 전쟁 이후 나프타 가격이 한 달 만에 68% 급등(3월 생산자물가지수 기준)한 영향이 크다. PVC는 에틸렌과 염소로 만드는 석유화학 제품인데, 에틸렌의 주원료가 나프타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가격도 1월 t당 135만원에서 이달 215만원까지 올랐다. HDPE는 단열 및 방수재, 바닥재 부자재, 합성 목재(데크) 결합제로 쓰이는 소재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나프타가 에틸렌의 원료이고, 이 에틸렌으로 PVC, 도료, 접착제, 단열재를 만든다”며 “나프타 가격 상승이 플라스틱계 건자재 가격 급등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미 주요 건자재 가격은 빠르게 뛰고 있다. 시공업계에 따르면 접착제(본드) 가격은 1년 전보다 30%가량 상승했다. 접착제는 타일·목재·바닥재 등 거의 모든 인테리어 공정에 쓰이는 필수 자재다. 같은 기간 인테리어 필름 가격도 약 30% 인상됐다. 도배재는 20%, 타일 자재는 10~20% 수준의 인상이 예고됐다.

도료업계는 가격 인상에 나섰다가 정부의 철퇴를 맞고 인상분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 KCC는 최근 도료 제품 가격을 10~40% 인상한다고 대리점에 공문을 보냈다가 철회했다. 제품별 가격을 20~55% 올린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공업은 인상 폭을 하향 조정했다. 다만 글로벌 원가가 계속 올라가면 결국 최종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테리어비도 ‘들썩’마감재는 철근 같은 구조재보다 단일 항목 비중은 작지만, 공사 전 단계에 걸쳐 반복적으로 투입돼 총공사비를 밀어 올리는 ‘누적 효과’가 크다. 리모델링·인테리어 시장은 마감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상승 충격이 더 크다.

최근 일부 인테리어 업체는 당분간 신규 계약 체결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착공 2~3개월 전에 계약을 맺는데 마감재 가격 변동 폭이 워낙 커 계약 자체가 리스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재 가격 상승분을 인테리어비에 반영하지 못하면 업체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전월 대비 16.7포인트 급락했다. 4월 지수는 69.6으로 70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자재수급지수가 7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4년 지수 개편 이후 처음이다. 지수값이 100 미만이면 자재 수급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