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취소표 구해요"…5월 '황금연휴'에 들썩거리는 곳

입력 2026-04-22 21:23
수정 2026-04-23 08:46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여행객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여행 소비자 지갑까지 직격하면서 제주 관광업계는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이달 편도 기준 7700원에서 3만4100원으로 4.4배 오른다. 4인 가족 제주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만 6만1600원에서 27만2800원으로 뛰어 항공권 기본 운임 외 추가 부담이 21만원 이상 늘어났다.


국제유가 급등이 직접적 원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가 상승했고 그 여파가 항공 요금에 반영됐다. 단기간 내 안정 가능성이 크지 않아 유류할증료 역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제주행 수요 자체는 견조하다. 이미 지난달부터 5월 초 제주행 항공권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노동절(1일)과 어린이날(5일) 사이 하루만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5일 연휴가 가능해지면서 수요가 집중된 탓이다. 다음달 1일과 2일 김포 출발 항공편은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매진됐다.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같은달 4일과 5일도 예약이 대부분 마감되면서 취소표를 구하려는 경쟁까지 벌어졌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국내 여행지 가운데 제주는 5월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의 입도객 통계를 보면 지난해 5월1일 내국인 입도객은 3만9365명으로 전년(3만6839명)보다 6.9% 늘었고, 2일에는 4만1201명으로 18.8% 급증했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11.9% 늘어난 2만9877명이 제주를 찾았다. 5월1일부터 5일까지 전체로는 전년 대비 3.8% 늘었다. 업계에서는 5월 황금연휴 기간은 내국인의 제주 여행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시기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행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제주 여행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5월은 수학여행 학생 단체와 어린이날 가족여행 수요가 항상 집중되는 시기"라며 "중동 전쟁 발발 이전인 2월부터 이미 예약이 빠르게 늘었고 유류할증료 인상 전 발권을 끝내는 일정인 만큼 예약 취소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어차피 해외도 유류할증료가 붙는 만큼 비교적 저렴한 제주를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랜드파크에 따르면 켄싱턴리조트 제주 3개 지점의 5월 예약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하는 추세다. 제휴 렌터카 이용 수요도 함께 늘고 있어 전반적 여행 수요는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파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 시즌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예약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과 상품 구성을 통해 체감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체감은 다르다. 유류할증료 인상이 여행 계획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경품 이벤트로 제주 왕복 항공권에 당첨된 30대 직장인 A씨는 "아내와 아이 항공권을 추가로 구매하면 경품으로 아낀 항공료보다 지출이 오히려 더 커질 것 같아 사용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B씨도 "올 여름 제주 휴가를 계획했지만, 남편 일정이 출발 한 달 전에야 결정돼서 항공권을 비싸게 구입할 것 같다. 유류할증료까지 이렇게 비싸지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제주특별자치도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는 지난 9일 제주관광공사에서 관광 유관기관 및 업계와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관광업계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항공사와의 공동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5월 성수기 항공료 인하를 유도하고, 관광사업체와 협업한 '가성비 제주' 캠페인과 바가지 근절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일부 항공사는 이미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4일까지 제주 노선 유료좌석을 10% 할인한다. 탑승 기간은 4월13일부터 6월 2일까지다. 제주항공은 인천~제주 노선 왕복 최대 6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김포·부산·대구·청주·광주발 제주행 왕복 최대 3000원 할인 코드도 발급 중이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상황은 제주 경제 근간인 관광산업에 매우 큰 위협 요인"이라며 "도내 관광업계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