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면서 인플루언서가 만든 신규 뷰티 브랜드에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이미 확보한 팬덤과 협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기 마케팅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어서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유명한 K콘텐츠 인플루언서 제이슨 배의 뷰티 브랜드 클레버스텝스에 더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이 돈을 넣었다. 제이슨 배는 팔로워 700만명에 중남미 크리에이터 협업 풀 2억5000만명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다.
중남미 뷰티 시장은 670억 달러(약 98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지만 K뷰티 침투율은 0.13%에 불과한 블루오션이다. 문제는 인지도가 낮은만큼 마케팅 비용이 크게 든다는 점이다. 클레버스텝스는 별도 광고비 없이 제이슨 배 채널에서 최근 90일간 1억27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광고단가로 환산하면 약 13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가치”라고 했다. 13억원은 중견 화장품사 한 브랜드의 연간 디지털 광고 집행 예산에 준하는 규모다.
최근 VC들은 K뷰티 기업 중 인플루언서가 얼굴 마담으로 나선 브랜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뷰티 유튜버 이사배의 투슬래시포(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 뷰티업계 1세대 정샘물의 정샘물뷰티(CLSA캐피털), 미용 유튜버 기우쌤이 세운 헤메코랩·아나운서 인플루언서 김소영씨의 비플랜트(알토스벤처스) 등이 줄줄이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았다.
K뷰티 신흥 강자로 꼽히는 에이피알, 달바 등은 매출의 약 20%를 광고비로 투입한다. 예전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 시 지출 대비 매출(ROAS)이 300% 이상 나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엔 120%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돈을 직접 태워보면서 최적화하는 구조가 중요해졌고 후발 브랜드일수록 마케팅비 부담이 상당히 불어난 상황”이라고 했다.
일반 브랜드는 고객 한 명을 자사몰로 유입시키는 비용(CAC)으로 수천~수만 원씩 써야하지만 인플루언서는 본인 피드에 올리는 것만으로 즉각적인 유입을 만들어낸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뷰티는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걸리는 3~5년의 시간을 팬덤으로 단축시켜 회수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