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AI 시장 변화의 수혜 기대 속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다만 회사의 구조 전환과 수익성 회복이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시장이 반등 기대를 너무 앞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88% 올랐고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는 3배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3500억달러에 근접했고, 올해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30배를 웃돌고 있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 기록했던 60배 수준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최근 시장이 인텔을 다시 보기 시작한 배경에는 대형 계약과 AI 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노트북용 신규 칩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구글과 대형 칩 공급 계약도 따냈다. 일론 머스크의 텍사스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인 테라팹의 파트너로도 지명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SNS에서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를 치켜세우며 "미국 정부가 인텔 주주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뒤 하루 만에 주가가 11% 뛰기도 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AI 연산의 무게중심이 일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강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도했지만, 에이전트형 AI 확산으로 추론 연산 비중이 커지면서 중앙처리장치(CPU)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버와 PC의 두뇌 역할을 해온 CPU는 인텔의 전통적 강점 분야다. 뉴스트리트리서치는 AI 서버용 CPU 출하량이 2030년까지 연평균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그동안 성장 정체로 평가받던 CPU 사업에 새 동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숫자로 보면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은 올해 13%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PC 사업의 성장률 전망치는 2%에 그친다. 이는 AI 관련 서버 수요와 기존 비AI 서버 교체 수요가 함께 붙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다. 다만 이 수혜가 모두 인텔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서버용 CPU 시장에서는 AMD가 이미 인텔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했고, Arm과 엔비디아도 새 칩을 들고 들어오고 있다. AI용 CPU 시장이 열려도 경쟁 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UBS의 팀 아르쿠리는 인텔의 매출총이익률이 2030년에 50%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도 가장 낙관적인 경우라고 봤다. 인텔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60%를 웃도는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해왔다. WSJ은 "설령 턴어라운드가 성공하더라도 변화한 사업 모델과 AI 칩 시장의 경쟁 구도를 감안하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큼의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