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크게 오른 반면 대출규제가 강화된 영향이다. 자금 조달 여력을 따지지 않은 ‘묻지마’식 청약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엘라비네’는 계약 마지막날인 지난 8일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 1·2순위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예비당첨자 160번까지 순서가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는 강서구 방화동에 지하 3층~지상 최고 16층, 10개 동, 557가구로 조성된다. 27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지난달 청약 때 1순위(해당 지역)에서 137가구 모집에 3426명이 지원해 평균 2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의도·강남권 출퇴근이 편한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이 인접해 있다.
미계약자가 나온 가장 큰 이유로는 대출 규제가 꼽힌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18억원대였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분양가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구간은 대출이 최대 4억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중도금은 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 대출이 되지만 잔금때 14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필요한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가 15억원 미만인 전용 59㎡도 최대 6억원만 대출이 가능해 9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방화동 A공인 관계자는 “절대 금액이 높지만 대출은 적게 나오는 전용 84㎡를 중심으로 당첨 포기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더샵분당센트로’는 지난 1월 분양 당시 경쟁률이 51.3 대 1에 달했다. 일반분양 84가구 중 50가구가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센트럴아이파크수자인’도 185가구 중 28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후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청약통장 효력이 상실되는 만큼 대출가능 금액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달라진 대출 규제 조건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청약자가 계약을 포기한 것”이라며 “올해 분양을 앞둔 서울 주요 단지의 분양가가 20억원(전용 84㎡ 기준)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당첨자의 미계약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