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부자 상위 1~4위를 삼성가가 모두 차지했다. 반도체주 상승으로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이들이 수혜를 입었다. 다만 같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지배구조 차이로 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1위에 올랐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100대 주식 부자의 지분 평가액은 215조8269억원으로 작년 4분기(180조800억원)보다 30조원 넘게 증가했다. 증가분 상당 부분이 상위권에 집중됐다.
10대 주식 부자의 지분 평가액은 같은 기간 89조8425억원에서 112조4143억원으로 약 22조원 늘었다. 100대 주식 부자 지분평가액 가운데 상위 10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49.9%에서 52.1%로 확대됐다. 지분평가액은 보유 주식을 시가로 환산한 금액이다.
반도체주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상위권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올 1분기 상위 1~4위는 모두 삼성가 인물들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조9258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뒤를 이었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에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주사인 SK 주가 상승 영향으로 순위는 13위에서 11위로 올랐지만,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이는 지배구조 차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SK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주가 상승분이 개인 자산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 지주사 가치에 일부만 반영되고 시장에서 이른바 ‘지주사 할인’까지 적용되면서 자산 증가 폭이 제한됐다.
주식 부자 순위가 직접 보유한 지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핵심 계열사 주가 상승이 총수 개인 자산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같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총수별 자산 증가 폭이 엇갈린 이유다.
작년 4분기 2위였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5위로 내려왔다.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가치가 11조552억원에서 10조8890억원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지분 평가액 8조284억원을 기록하며 10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곽영미, 곽영아, 곽명신, 곽혜신 등 한미반도체 일가도 모두 약 30계단씩 순위가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 업황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코스닥 종목 보유자의 순위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알테오젠의 박순재 대표는 8위에서 15위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6위에서 22위로 밀렸다. 정상수 파마리서치 회장도 29위에서 37위로 하락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