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산다"던 중국인들 변심?…'이 브랜드'로 달려갔다

입력 2026-04-20 10:25
수정 2026-04-20 10:34

중국에서 한동안 애국소비와 불매 분위기에 밀렸던 글로벌 중저가 브랜드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원산지보다 디자인과 품질, 가격 대비 가치로 이동하면서 유통업계의 가격 전략과 시장 점유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갭과 자라, 망고는 2025년 티몰과 JD닷컴, 더우인 등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앞선 부진에서 벗어났다. 예컨대 2022년 중국 사업을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바오쥔에 넘긴 갭은 지난해 중국 시장 전체 매출이 20% 이상 늘었고, 분기 기준 흑자도 회복했다. 품질 검증 브랜드에 지갑 여는 中 소비자이들 브랜드는 그간 지정학 갈등과 신장 면화 이슈 여파로 중국 내 반외국 브랜드 정서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 둔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감정적 소비보다 실용성을 따지기 시작했고, 중국 브랜드의 세계적 성공도 외국 브랜드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배경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는 "중국 소비자 선택이 더 다양해졌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판매량뿐 아니라 가격 결정력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자상거래 데이터업체 항저우 즈이 테크에 따르면 갭, 자라, 유니클로, H&M은 2024년 말 이후 할인 폭을 줄였고, 티몰에서는 200위안(약 29달러) 이상 가격대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소비가 살아난다기보다 소비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값이 싸기만 한 제품보다 디자인과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에 지갑이 다시 열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중국 맞춤 현지화로 대응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맞춘 현지화로 대응하고 있다. 갭은 바오쥔 체제 아래 디자인과 생산의 약 70%를 중국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재고 보충 주기도 최소 2주까지 단축했다. 예컨대 지난해 가을 출시한 중국 전용 스웨트셔츠는 더 무거운 원단과 선명한 실루엣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 행사에서 완판됐다. H&M과 자라도 더우인·티몰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 전략도 손보고 있다.

이 흐름은 중국 소비시장의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스포츠웨어에서는 현지 브랜드 리닝의 성장률은 과거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 초반으로 둔화했다. 자라와 H&M의 직접 경쟁자인 어반 리바이보도 민족주의 소비가 강했던 2021~2023년에 비해 지난해 성장세가 느려졌다. 뷰티 시장에서도 2021년 티몰 색조 1위였던 화시쯔가 밀리고, YSL과 샤넬, 나스 등 외국 브랜드가 다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민족주의 소비 재점화 가능성도다만 회복을 전면적인 시장 반등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끝난 데다, 현지 브랜드는 여전히 출시 속도와 가격 면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비싼 브랜드를 모방한 저가 대체품인 이른바 ‘핑티’가 알뜰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중, 중·일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민족주의 소비가 재점화할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결국 앞으로 봐야 할 것은 외국 브랜드의 일시적 판매 회복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와의 연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복원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가 브랜드가 먼저 반등하고 프리미엄 스포츠웨어는 견조함을 유지하는 반면, 럭셔리는 아직 수요 회복이 고르지 않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외국 브랜드의 중국 재도약은, 국적보다 상품 경쟁력과 현지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