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가려고 자퇴했어요"…요즘 뜨는 '취업 비법' 뭐길래

입력 2026-04-19 08:50
수정 2026-04-19 11:51

4년제 사립 종합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박정훈 씨(23)는 자퇴 후 지난해 3월 전문대학인 조선이공대 자동화시스템공학부에 재입학했다. 박씨는 “4년제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 좋은 직장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자동화설비 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며 반도체 생산설비 운영과 관련한 실무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SK하이닉스 생산직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가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 입학’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자격증’보다 회사가 원하는 실무 능력을 쌓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 유턴입학생은 25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1년(1769명)과 비교해 41.3% 증가한 수치다. ○취업률 격차 비결은
학생이 전문대 유턴 입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현장실습과 기업 연계형 교육을 통해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 중심 교육이 많은 4년제 대학과 달리 전문대는 실습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취업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2024년 전문대 취업률은 72.1%로, 일반대학(62.8%)보다 9.3%포인트 높다. 최근 5년 새 격차가 가장 크다. 2022년과 2023년 전문대와 일반대학 취업률 격차는 각각 6.6%포인트, 7.8%포인트다.

전문대 졸업생을 채용한 지역 산업체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거제의 조선·해양플랜트 설계업체 쏘테크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담당하는 이진호 상무는 “전문대 출신 직원은 수업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익혀오기 때문에 현장 적응력이 높다”며 “기업 맞춤형 교육을 받은 만큼 입사 이후에도 일반대학 출신보다 적응이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대가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중견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부도 재정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는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5617억원이 투입된다. 전문대가 산업 수요에 맞게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개편하고 현장 중심 교육과 산학협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AI 결합해 교육과정 혁신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실무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AID(인공지능·디지털) 전환 중점 전문대학 지원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예산 240억원을 별도 편성해 전문대학이 단순한 AI 도구 사용 교육을 넘어, 산업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하도록 집중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전공별 특성에 따른 AI 활용 교육을 확대했다. 청강문화산업대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브랜드 광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도록 했다. 대경대는 간호·뷰티·조리 등 28개 학과의 교육과정을 AI 융합형으로 전면 개편했다. 배화여대 유아교육과는 생성형 AI를 학부모 상담 실습에 도입했다.

전문대의 역할을 확대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대학 졸업생이 지역 산업체에 취업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아서다. 202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전문대의 취업률은 74.2%로, 수도권 전문대학(69.6%)보다 4.6%포인트 높다.

윤우영 전문대 혁신지원사업 발전협의회장은 “전문대가 산업체와 협력해 AI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혁신할 때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며 “전문대 지원사업은 단순한 대학 지원을 넘어 중견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침체된 지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