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변동이 전기 공급에 영향을 미치면 기업의 조달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수요 기업은 중장기 공급 물량 확대 시그널을 면밀히 주시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 3층 한경이아카데미에서 열린 <2026 한경ESG 심화 워크숍>에서 정우원 기업재생에너지재단 팀장은 이같이 밝히며, 현재 175~180원 선에서 형성된 태양광 직접전력거래계약(PPA) 가격이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직접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장기 계약 방식이다. '전력시장의 변화와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는 산업계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해 PPA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기업들의 PPA 선호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이 지난해 19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희망 조달 수단으로 PPA를 꼽은 비중은 55.4%로 가장 높았다. 특히 2026년에는 이 비중이 68.1%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어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자가발전 등 타 수단을 압도했다.
정 팀장은 "내년 시행될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 향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시장이 자발적 시장으로 흡수될 경우 공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병진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은 세미나의 포문을 열며 PPA 제도 전반을 설명하고, 기업 PPA 도입 시 실질적인 비용 산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안 처장은 "PPA는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개념이지만, 예비력 운영비나 망 이용요금, 부가정산금 등 추가 부담 비용이 발생한다"며 "전력 피크를 고려해 발전 설비를 넉넉히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성 분석에 대한 실무적인 제언도 이어졌다. 김승희 KEI컨설팅 팀장은 "한전 파워플래너를 통해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시작"이라며 "PPA 공급량, 부족 전력량(한전 구매분), 초과 발전량을 한 시간 단위로 대조해 경제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셀과 AI 플랫폼을 활용해 한계비용을 도출하는 실무 팁을 공유했다.
법률적 쟁점을 짚은 김홍 율촌 변호사는 "PPA 유형 선택부터 공급 경로, 채무 상환을 위한 매출 확보 여부, 서비스 개시 및 계약 기간 설정 등을 항목별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며 국내 PPA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예상 분쟁 소지를 사전 차단할 것을 강조했다.
고성훈 전 한화 신한 테라와트아워 대표는 "RPS 제도가 축소되고 PPA 시장이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계약을 한 번에 체결하기보다 10~20%씩 비중을 늘려가는 '점진적 스케일업' 방식을 추천한다"면서, 신설되는 보증인증서(GO) 시장 모니터링과 PPA 입찰 플랫폼 활용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금융 조달과 관련해 박성흠 신한은행 셀장은 "금리 인상 기조와 환율 상승으로 조달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 셀장은 "ESG 실적이 필요한 외국계 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국내 해상풍력·태양광 PF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현금 흐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최종 금융 클로징(계약 종결)이 어렵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대형 해상풍력 사업으로 자금이 쏠릴 경우 소규모 태양광 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구매자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금융기관-대기업 간 MOU를 통한 이차보전 기금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PF 심사 시 '출력 제한'에 따른 손실 감당 능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기존 선순위 대출 외 추가 자금 확보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