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배팅하는 예측 산업이라고 해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돈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 대상과 관련해 윤리적인 제한이 가해지기도 하고, 구조적으로 예측할 여지가 작은 분야도 적지 않다.
우선 예측의 대상과 관련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테러, 암살, 전쟁, 도박, 불법 행위 등 여섯 가지를 예측 범주에 넣을 수 없도록 법률로 못 박았다. 이 조항은 예측 시장 플랫폼이 어떤 유형의 계약을 상장할 수 없는지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과거 펜타곤의 정책분석시장 개설 추진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북한과 중동 8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선물 시장을 개설하려고 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 암살’과 ‘북한 미사일 공격’이 예시로 포함된 사실이 보도되자 24시간 만에 폐기됐다. 물질적 이득을 목표로 테러나 전쟁 도발 등을 의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폴리마켓은 올해 초 미·이란 전쟁 가능성을 놓고 전쟁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미국이 언제 공격할 것인가’를 예측 계약으로 제시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예측 플랫폼 칼시는 산불 발생과 관련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디아나 칼시 대변인은 “산불 시장을 열면 누군가가 불을 지르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예측 시장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데이터의 한계는 예측 자체의 의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지진과 팬데믹, 사이버 공격 등과 같은 사건이다. 지진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미국지질조사국은 “어떤 과학자도 주요 지진을 예측한 적이 없고 가까운 미래에도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진화하는 사이버 공격은 공격 방식이 매번 다르고, 특정 사건이 시스템에 미치는 피해를 예상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팬데믹이나 지정학적 충돌은 비슷한 과거의 사건을 안다는 점만으로 미래 발생 확률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 경우 확률은 계산이 아니라 추정에 머물고, 예측 시장 가격은 왜곡되기 쉽다.
예측 기간의 한계도 있다. 예측 시점이 수개월 이후일 때 해당 예측에 투자되는 자금은 급격히 줄어든다. 재난채권의 만기가 평균 3년에 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위험의 성격 자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측 시장 접근 자체가 법률적으로 차단된 경우도 많다. 예측 시장은 ‘재물을 걸고 우연성에 따라 이익이 결정된다’는 한국 형법의 도박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로 이뤄지는 폴리마켓 등의 거래를 적발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에서 예측 산업을 양성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