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면 30조 손실" 삼성 노조의 으름장…대형 악재 되나

입력 2026-04-17 16:21
수정 2026-04-17 16:42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내달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라 최대 30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반 노조’ 법적 지위를 확보하자마자 국가 핵심 산업을 볼모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단순한 내부 노사 갈등을 넘어 삼성전자의 근간인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17일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노조 측은 이 자리에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고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3일 경기 평택사업장 결기대회를 시작으로 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파업 시 발생할 생산 차질 규모를 “최소 20조원~30조원”이라고 명시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약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파업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노조는 파행적 노사관계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리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직접 등판을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 회장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노조와 대화하지 않았다”며 “파행적 노사관계의 책임은 이 회장에게도 있는 만큼 직접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선 노조가 파업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제시한 ‘30조원 손실론’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한 번 멈추면 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갖는데, 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 경제를 인질로 잡는 행위와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공급망 신뢰를 잃게 돼 글로벌 고객사들의 이탈과 대외 신뢰도 추락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노조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면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인해 미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AI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고정적인 인건비 부담 급증은 결국 설비 및 기술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최악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도한 보상 요구와 생산 차질은 결국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대다수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공백에 따른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인건비 비중 확대는 배당 재원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파업으로 기업이 기초 체력을 잃게 되면 그 피해는 460만 삼성전자 주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수원지법에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 가능성이나 비조합원의 업무 방해 등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노조는 이에 대해 “안전 시설에 문제가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사내 ‘블랙리스트’ 유출 사건에 노조원이 연관된 사실에 대해선 시인했다. 최 위원장은 “반도체(DS)부문 조합원이 80%가 넘어가면서 각 부서에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었고, 일부 조합원들이 본인 부서 사람들의 가입 여부를 체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부서명, 성명, 사번과 노조 가입 여부가 명시된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김채연/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