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7개월 만에 육휴 1년 쓰고 퇴사…"연차수당도 주세요"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4-19 07:00


육아휴직과 병가 기간을 출근 일수에서 제외해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중소기업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육아휴직·병가 기간은 연차휴가 산정을 위한 출근율 계산에서 ‘출근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이를 제외하고 연차를 없다고 본 사업주의 판단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육아휴직으로 쉬었으니 연차 없다"…사업주의 ‘위험한 착각’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최근 연차미사용 수당 157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경기도에서 상시 근로자 5명을 두고 있는 대표 A씨는 2024년 퇴사한 직원 B씨의 ‘미지급 연차수당’을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 2023년 2월 입사한 B씨는 약 7개월 만인 2023년 9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년 휴직을 마치고 2024년 9월 복직한 B씨는 복직 2주 만인 10월 회사를 그만뒀다.

B씨는 퇴사하면서 "사용하지 못 연차휴가미사용 수당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A대표는 B씨가 근무 기간 중 무단결근을 하는 등 연차를 모두 사용했고, 장기 육아휴직을 다녀왔기 때문에 지급할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B씨는 연차수당 157만2568원을 받지 못했다며 A대표를 고소했다.

법원은 A대표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및 회사 취업규칙에 따르면 유급휴가 산출을 위한 통산근로일수 계산에 있어서 ‘병가 및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은 규정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은 (연차유급휴가 계산시) 출근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에게 22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는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년 동안 병가 및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 80% 이상 출근한 점이 인정되므로 근로기준법 60조 1항에 따라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며 "이후 2024년 2월부터 10월까지 약 7개월의 기간 동안 매월 개근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라 7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B씨에게 연차휴가가 총 22일 발생하며, 사용한 연차 7.5일을 제외한 14.5일에 대한 157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물론 육아휴직자의 복직 후 잔여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사용 촉진'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B씨처럼 육아휴직 후 2주 만에 퇴사를 했다면 촉진이 어려우므로 누적 연차 수당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입사한지 얼마 안돼 장기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종료 이후 곧바로 퇴사하는 사례는 회사에 큰 부담을 지운 다는게 영세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연차미사용 수당도 임금체불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육아휴직 후 곧바로 혹은 육아휴직 중 퇴사 사례에서는 연차수당 부담이 한꺼번에 발생하므로 처음부터 인건비 충당부채처럼 관리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연차휴가 어떻게 될까
한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경우 연차휴가 차감 방식은 어떻게 될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 중인 근로자가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할 경우, 실제 근무하기로 한 시간(6시간)이 아닌 단축 전 소정근로시간(8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행정해석 변경 지침을 시달했다.

기존 행정해석에 따르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예를 들어 1일 2시간 단축, 6시간 근무 기준)에 연차를 1일 사용할 경우 연차를 '6시간' 사용한 것으로 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행정해석으로 해당 해석은 폐기되며, '하루' 연차 사용 시 원래 소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산정하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해석을 뒤집은 핵심 이유는 '통상 근로자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그동안 임신기 단축 근로자가 연차를 쓸 때 6시간만 차감되는 것이 통상 근로자(8시간 차감)에 비해 '이중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민원과 재검토 요구가 지속돼 왔다는 설명이다.

연차 15일이 발생한 경우, 사용 가능 시간은 120시간이다. 이 120시간을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중 1일 근로시간인 6시간으로 나누면 20일이 된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15일이 된다. 기존 해석에 따를 경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면 연차유급휴가 동료들보다 5일이나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임신기 단축 근로자는 실근로시간이 줄어들 뿐, 소정근로시간 자체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지 않으며, 초과 근로 시에도 가산수당이 발생하지 않는 등 법적으로는 '통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률이 단축 전과 동일한 임금을 보장할 뿐, 연차 사용 등에 있어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