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남성 직장인 강모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주름 개선을 위해 ‘리쥬란’ 시술을 받았다. 회식 자리에서도 제로콜라만 마신다는 그는 “온라인 러닝크루나 인스타그램, 틴더 등 SNS를 통해 사람을 사귀는 경우가 많다”며 “프로필 사진이 중요한 만큼 외모를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술집 대신 피부과, 성형외과, 건강보조식품 매장 등에서 지갑을 여는 이가 늘었다. 술과 유흥에 돈을 쓰는 ‘쾌락형 소비’ 대신 외모, 건강 등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생산적 소비’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16일 국세청의 월간지역경제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00대 생활업종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115조5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 중 호프주점과 간이주점 결제액은 각각 5634억원, 24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 4.4% 줄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회식 문화가 위축된 영향이다.
절약한 시간과 비용은 외모 관리와 결혼 준비에 쓴다. 피부과 결제액은 1조9593억원으로 29.0% 늘었고 성형외과는 7473억원으로 19.7% 증가했다. 결혼정보업체 결제액도 445억원으로 20.6% 불어났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 건강보조식품 가게 결제액도 같은 기간 1933억원으로 6.8% 늘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술처럼 소모적인 지출보다 ‘생존·투자’ 성격의 소비를 택하는 2030이 늘고 있다”며 “개인의 ‘투자 대비 성과(ROI)’를 높일 수 있는 결혼정보업체,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 지출이 집중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피부과 가고 결정사 가입…'미래'에 지갑 연다
소비패턴 바뀌는 2030회식과 음주를 피하는 대신 결혼과 외모 관리에 지출을 늘리는 흐름은 20·30대 청년층의 고용 악화와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행태가 발산에서 자기계발과 미래 투자로 변하면서 술집은 줄고, 결혼정보업체가 증가하는 등 산업 지형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6일 국세청의 월간 지역경제지표에 따르면 소주, 맥주 등 주류와 안주를 주로 판매하는 호프주점은 지난해 말 2만656곳으로 1년 새 9.5%(2172곳) 감소했다. 간이주점 역시 8188곳으로 10.4%(954곳) 줄었다. 두 업종을 합치면 1년 만에 3126곳이 문을 닫고 2만8844곳만 남았다. 술집 10곳 가운데 1곳이 줄어든 셈이다.
술집이 줄어들자 주류업체 실적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23억원으로 2024년보다 17.2% 감소했다.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부문 영업이익도 각각 5.4%, 18.7% 줄었다.
결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듀오, 가연을 비롯한 결혼정보업체(결혼 상담소)는 지난해 말 2090곳으로 1년 전보다 6.2% 늘었다. 결혼 건수가 늘어나면서 예식장도 755곳으로 5.7%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예식장 결제 금액은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피부과, 피부관리업체도 5248곳, 7만1212곳으로 각각 5.2%, 5.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변화가 청년층의 고용 불안이 커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외모 관리나 자기계발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돈을 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7.4%로 해당 분기 기준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71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