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기업 구조조정 등을 지원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채 규모가 1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불황으로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파산 직전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공적기관인 캠코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약계층 지원으로 부채 비율 급등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캠코의 총부채는 12조7350억원으로 전년(10조261억원) 대비 27% 늘었다. 캠코의 부채 규모는 몇 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3조8826억원이던 부채액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2년 5조8470억원으로 불어난 뒤 이듬해 7조원을 넘었다. 2024년 처음 10조원대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만 2조7000억원 이상 늘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캠코의 부채비율은 전년(213.73%)보다 20%포인트 넘게 오른 234.28%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이 200%를 웃돌면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캠코의 건전성이 악화한 건 새출발기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총채무가 1억원 이하인 동시에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무담보대출 원금의 90%를 감면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채무의 분할상환 기간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 새출발기금 신청액은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누적 신청액은 29조2602억원, 신청자는 18만4783명으로 집계됐다. 2월 기준으로 채무 조정에 나선 약정 체결액(누적 기준)은 10조8391억원(12만3411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9조8089억원) 대비 두 달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채무 조정액만 4조9000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약 72% 급증했다.
캠코 관계자는 “내수 침체로 새출발기금 관련 채권 매입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사채 발행량이 늘어난 것이 총부채가 불어난 핵심 요인”이라며 “올해 말까지 새출발기금 채권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건 불가피하다”고 했다. ◇금융당국 “자본금 확충 검토”캠코의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중고’로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부실채권 매입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서다.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55%로 전년 말(5.26%) 대비 0.29%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도 2년 전(2.97%)보다 1.65%포인트 높아진 4.62%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엔 캠코에 1조6500억원을 출자했지만 올해는 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도 캠코 재무 구조 개선엔 악재다.
금융당국은 추가 출연을 포함해 캠코 재정 건전성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캠코의 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진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금융 부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본금 확충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재원이 한정된 만큼 정부 채무 조정 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재기를 위해 국가에서 채무를 조정해주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원이 과도하면 예산이 낭비되고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캠코의 재무 건전성 개선과 효과적인 자영업자 지원이 병행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