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이 모범돼야"…인건비 쥐어짜는 하도급 막는다

입력 2026-04-16 18:01
수정 2026-04-17 01:19

정부가 공공부문 하도급 근로자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인건비 쥐어짜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2차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도급 용역 계약 최저 낙찰 하한율을 높여 근로자 인건비인 ‘노무 용역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공부문 하도급 계약 금지
고용노동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노동안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공공부문에서의 착취적 하도급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발전·에너지·공항·철도·도로·항만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와 현장 점검을 거쳐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먼저 공공부문에서 ‘2차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도급 금액이 줄고 임금과 근로 조건이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신기술·전문성 활용, 일시·간헐적 업무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원도급업체가 불가피하게 하도급을 써야 할 경우에는 ‘하도급 사전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한다. 사전심사제는 가이드라인 시행 후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이나 기존 하도급의 갱신 때 적용된다.

정부는 현재 87.9% 수준인 청소·경비·시설물관리용역의 최저 낙찰 하한율을 2%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이다. ‘낙찰 예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의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낙찰 하한율 아래로 입찰가를 적어내면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모든 업체가 하한율에 맞춰 입찰가를 제시할 경우 경력 등 다른 정성적 요소로 판단한다.

업체들의 인건비 쥐어짜기를 유발하는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공공부문 하도급 근로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다. 실태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시중노임단가는 시간당 1만1337원으로 최저임금(1만320원)을 웃돌지만, 낙찰 하한율 87.9%를 적용하면 노무비가 시간당 9976원으로 떨어져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공공부문 쪼개기 계약도 ‘제동’단기·반복 계약, 즉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 기간은 2년 이상으로 보장하고, 근로계약 기간도 이에 맞춰 설정하도록 했다.

현재 원도급 계약 중 1년 이하 근로계약은 51.3%로 절반이 넘는다. 도급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찰 단계에서 고용승계 확약서를 받고, 계약서에도 고용승계 조항을 명시하기로 했다. 청소용역에 한정된 기존 고용승계 보호 지침의 범위를 경비, 시설관리 등으로 넓히는 것이다.

또 근로자의 노무비를 계약서 산출내역서에 명확히 구분·명시해 공개하고, 임금·퇴직급여 충당금 외의 용도로 전용하거나 이익잉여금으로 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노무비 투명화는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온 사항으로 이번 가이드라인에 명문화했다. 급식비(월 14만원), 복지포인트(연 50만원), 명절상여금(기본급의 120%) 등 ‘복지 3종’은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 시 제외한다. 발주처(원청)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하는 도급 근로자들을 임금, 복지 등 처우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원청인 공공기관이 하청 인건비를 더 강하게 통제하면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상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모범 사용자로서 도급 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고용 안정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개선 방안을 올해 하반기 ‘공공부문 적정 도급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하고, 재경부와 행안부의 공공기관·지방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의 급식업체 웰리브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현대제철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정도 나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