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식품업계가 ‘셰프 마케팅’에서 ‘캐릭터 IP’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신메뉴를 알리기 위해 유명 셰프나 연예인을 앞세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팬덤이 붙은 캐릭터를 통해 매출과 방문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과 세계관을 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마리오·포켓몬스터·패트와 매트 … '캐릭터 콜라보'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식 브랜드들의 캐릭터 협업이 잇따르고 있다. 던킨은 산리오캐릭터즈 도넛과 굿즈를 선보였고, 더벤티는 ‘슈퍼마리오’ 협업 메뉴와 굿즈에 프리퀀시 적립, 닌텐도 스위치 경품 이벤트를 결합했다. 업계에선 단순 패키지 변경이 아니라 메뉴·굿즈·앱 이벤트·매장 방문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디야커피도 포켓몬스터와 협업에 나섰다. 이디야는 최근 창립 25주년을 맞아 포켓몬 테마 음료 4종과 스낵접시·인형 키링·보냉백 등 굿즈를 선보였다. 제조 음료를 포함해 8000원 이상 구매하면 굿즈를 살 수 있도록 해 음료 판매와 굿즈 수요를 함께 노린다는 전략이다.
도미노피자는 이달 인기 캐릭터 ‘패트와 매트’와 협업 캠페인을 진행한다. 공식 SNS를 중심으로 두 캐릭터가 운영하는 ‘도미노피자 분점’ 콘셉트 콘텐츠를 선보이고, 협업 피자박스와 포스터도 제작해 오프라인 접점도 넓힐 계획이다.
맘스터치는 글로벌 인기 게임 ‘원신’과 손잡고 한정판 제휴 세트와 테마 매장을 운영했다. 대표 메뉴에 아크릴 스탠드·키링·포토카드 등 랜덤 굿즈를 결합했고, 강남대로점은 원신 테마 매장으로 꾸며 게임 팬들의 방문 수요를 끌어들였다.
"톱스타 보다 확장성 무궁무진" 평가 핵심은 판매 구조 변화다. 과거에는 음료나 음식이 중심이고 캐릭터는 부가 요소에 가까웠다. 지금은 반대다.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메뉴와 굿즈, 프로모션을 얹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음료를 사는 이유도 맛 자체보다 굿즈 수집이나 이벤트 참여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음료 한 잔으로 끝날 구매가 세트 메뉴와 굿즈 구매로 이어지면서 객단가도 높아진다.
식품업계가 캐릭터에 꽂힌 이유는 확장성 때문이다. 톱스타나 유명 셰프와의 협업은 대체로 메뉴 1~2가지와 광고에 머무르지만, 캐릭터는 패키지와 키링, 컵홀더, 앱 화면, 포토존, 팝업스토어까지 한 번에 확장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소비 패턴과도 잘 맞는다. '먹고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인증하고 소장하는 경험'으로 바뀌면서 마케팅 수명이 길어졌다는 얘기다.
비용 구조도 다르다. 연예인 모델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효과도 함께 사라진다.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큰 비용이 다시 들어간다. 반면 캐릭터는 한 번 안착하면 시즌마다 반복 활용이 가능하다. 외부 IP를 빌려오는 데도 라이선스 등 비용이 들지만, 자체 캐릭터를 키우면 광고·패키지·굿즈·팝업까지 장기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 “스타는 비용이지만 캐릭터는 자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주류업계선 참이슬 '아이유' vs 새로 '새로구미' 맞불최근 캐릭터 마케팅이 가장 치열하게 나타나는 곳이 주류업계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아이유와 참이슬 모델 재계약을 이어가며 스타 마케팅을 강화했다. 아이유는 2014년부터 참이슬 모델을 맡아온 장수 모델로, 브랜드의 깨끗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슈거 소주 ‘새로’에 자체 캐릭터 ‘새로구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칠성은 새로를 리뉴얼한 뒤에도 새로구미를 중심으로 광고와 체험형 마케팅을 이어갔고, ‘새로’는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 8억병을 돌파했다. 성수동 등지에서 진행한 ‘새로도원’ 팝업은 약 4만명이 찾았고, 지난 3월에는 ‘새로중앙박물관’ 팝업까지 이어졌다.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분명하다. 참이슬이 아이유라는 톱스타의 신뢰도와 대중성을 빌려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방식이라면, 새로는 새로구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자체에 세계관을 입히는 방식이다. 롯데칠성은 새로 소주 브랜드 안에 IP를 내재화하는 자산형 전략에 가깝다. 새로구미는 병 라벨과 광고, 팝업, SNS 콘텐츠를 모두 관통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브랜드가 연예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안에서 이야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구조다.
글로벌 흐름도 비슷하다. 국제 라이선싱 협회(Licensing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라이선스 상품·서비스 소매 매출은 3696억달러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엔터테인먼트·캐릭터 부문은 1498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캐릭터가 어린이용 상품이 아니라 전 세대 소비를 움직이는 핵심 자산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외식·식품업계의 마케팅 축은 ‘누가 광고하느냐’에서 ‘무슨 세계관을 쌓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유명 셰프나 연예인이 제품의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 떠오르는 캐릭터는 소비 이후에도 팬덤과 재구매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판촉을 넘어 브랜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캐릭터 IP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흐름은 당분간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권 기자의 장바구니 코너는 기자가 직접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까지 함께 짚습니다. 단순 가격 나열이 아니라 “왜 올랐는지, 무엇이 팔리는지,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풀어내는 데 초점을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