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폴란드 수출, 결정적 빅샷 날린 이 업체…"창정비도 본격화"

입력 2026-04-16 06:00
수정 2026-04-16 11:55
지난 10일 경남 창원산업단지에 있는 금아하이드파워 조립동. K1 전차들이 포탑·포신·차체·부품 등으로 해체돼 창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녹이 슬고 균열이 가 있는 K1 전차는 7개월 뒤 강화된 차체에 도장을 입히고 새 부품을 채워 출고될 예정이다. 금아하이드파워는 현대로템 협력사 중 최초로 K1전차 창정비 외주 사업권을 획득해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장주 금아하이드파워 대표는 “최근 수출 물량 급증으로 대기업들이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며 “금아는 창정비와 일부 조립 공정을 분담하며 상생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매출이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금아하이드파워는 MRO 사업에 진출하며 매출 2000억원도 바라보고 있다.

K2 폴란드 수출 '빅샷' 날린 ISU원래 금아하이드파워는 국산 전차·장갑차의 강점으로 꼽히는 암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ISU)와 주유용 밸브를 생산하는 국내 두 업체 중 하나다. ISU는 전차의 하중을 지탱하고 주행·사격 때 충격을 흡수한다. 60t에 달하는 K-2 전차가 진흙탕을 시속 70㎞로 질주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게 만든다. K2 전차 1대당 총 12개의 ISU가 장착된다.

미국 주력전차인 M1에이브럼스나 독일의 레오파르트2는 금속 막대의 탄성으로 충격을 버티는 토션바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K-2는 ISU 내부의 질소가스(기압)와 기름(유압)을 활용해 주행 진동을 최소화하고 포격 때 차체 흔들림을 억제한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진흙탕이나 강이 많은 폴란드에서 다른 전차보다 K2 전차가 선호받는 이유 중 하나다. 모듈식이라 차체를 해체할 필요 없이 해당 모듈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정비도 빠르다. 김 대표는 “ISU에 그치지 않고 전차·장갑차 성능개량 사업과 MRO 사업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K1 전차 일부 부품을 창정비에 공급하는 중소기업은 많다. 하지만 금아하이드파워처럼 K1 전차 전체의 창정비를 맡은 중소기업은 금아하이드파워가 유일하다. MRO 거점이 되려면 즉시 수천개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가공, 조립, 테스트까지 원스톱 라인이 갖춰져야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공정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금아하이드파워의 창원 공장에서는 수천 종의 부품이 생산되고 있다. K2 전차는 메인 펌프를 포함해 총 53종,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65종, 차륜형 장갑차(K808·806)에는 70종의 부품을 납품한다.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 물량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2023년 523억원 수준이었던 금아의 매출도 2년 만에 1805억원으로 가파르게 뛰고 있다. 금아가 보유한 자체 부품 양산능력 덕에 MRO 사업도 수월하게 진출하고 있다. 방산 사업에서 MRO는 노후 장비를 완전 분해한 후 수리하거나 성능을 개량해 재조립하는 정비 방식이다. 금아의 MRO 공기는 약 7개월이다. MRO 원가는 신규 전차의 절반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연간 약 100대 수준의 창정비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최대 200대까지 처리 가능한 설비를 갖췄다. 향후 국내 천무·천궁·KAAV(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창정비 사업에다, 폴란드 등 수출 대상국의 MRO 거점사업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전력 사업 진출…“유압 기술 응용”제조·가공 기술력을 토대로 최근에는 K1E2 성능 개량 사업에 독자 개발한 냉방 장치(에어컨)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 과제로 개발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엔진에도 금아의 유압시스템이 적용됐다.

첫 민수사업으로 변전소 내 전력 공급과 차단을 담당하는 핵심 설비인 전력 차단 조작기를 생산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과도한 전류가 흐를 때 밀리초 단위로 회로를 분리하는 장치다. 공정 자동화가 어렵고 숙련 인력이 정밀 조립해야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방산 분야에서 쌓은 유압 기술을 응용해 기존 스프링 방식보다 신뢰성과 구동력이 나은 유압식 조작기”라며 “선진국의 노후화된 전력기기 교체 주기와 맞물려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아하이드파워는 40년간 현대로템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88년 설립 당시 직원 10명으로 시작해 1998년 K1 전차 유압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로 국산 전차·장갑차 부품 국산화에 성과를 내면서 약 90%에 달하는 K2 전차 국산화율에도 한몫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이 올해부터 국산화 부품 도입으로 절감한 비용의 100%과 50%를 협력사에 돌려주는 상생성과공유제를 도입하면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대로템이 협력사 경영을 위해 도입한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한층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