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4살 아이…'병원 과실' 4억 배상

입력 2026-04-15 21:09
수정 2026-04-15 21:19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해 발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숨진 김동희 군(당시 만 4세) 사건과 관련해 병원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는 이날 고(故) 김동희 군 유족이 경남의 한 대학병원과 2차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원들의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청구액 5억7898만원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김군은 2019년 10월 4일 경남 양산의 A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여 부산 B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B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군을 직접 치료하지 않고 119구급차에 인계했으며 진료기록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급대는 가장 가까운 A 병원으로 향하며 소아응급실에 연락했지만, A 병원은 "심폐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치료를 거부했다. 수사 결과 당시 A 병원 응급실에는 치료를 기피할 만큼 위중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구급차는 약 20km 떨어진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김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연명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3월 사망했다.

이후 응급환자 수용 기피와 미신고 당직 의사 운용, 진료기록 허위 기재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의료진 5명과 상급종합병원을 재판에 넘겼다. 해당 재판에서는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일부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A 병원에 벌금 1000만원, 해당 의사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B 병원 의사에게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이 내려졌다.

하지만 민사재판부는 병원들의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조치 미흡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