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광주 등 지방 대도시를 ‘메가특구’로 조성해 첨단산업 관련 규제를 확 풀기로 했다. 세제와 금융 혜택 등을 더해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기업의 지방 이전을 독려해 지역 균형 발전을 모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보고받았다. 기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바꾸는 등 28년 만에 개편한 뒤 열린 첫 회의다. 이 대통령은 “국제 표준에 맞춰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규모 지역 단위의 대규모 규제특구(메가특구)도 만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방식과 반대로 일단 허용하고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메가특구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2400여 개 특구를 지정 또는 운영했는데, 규모가 작고 전국에 분산돼 있어 규제 완화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메가특구 대상으로 거론되는 분야는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자율주행, 수소, 우주·항공, 푸드테크,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이다. 정부는 특구 내 기업에 재정(특별 보조금), 금융(대출 금리 우대), 세제(세액공제), 인재, 인프라(산업단지), 기술·창업, 제도(인허가) 등을 7대 통합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이르면 상반기에 ‘메가특구특별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李 "특구 차르, 우리 스타일"…도시 전체에 자율차 허용
메가특구, 인허가 60일 이내로 로보택시·소방로봇 등 운행가능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들의 제안을 귀담아들으며 연신 “좋은 제안” “중요한 지적”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위원회와 각 부처 간 이견이 생길 땐 직접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취임 초부터 ‘규제 혁파’를 수차례 강조해온 만큼 이날 제기된 아이디어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가특구 내 규제 확 푼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메가특구 내 규제 완화 및 정책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우선 특구 내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 등을 60일 이내로 단축하고, 신청 서류 등 불필요한 행정 조사도 50% 감축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로봇 메가특구에선 그동안 차도, 보도 운행이 불가능했던 무인 소방로봇, 배달로봇, 청소로봇의 이용 규제가 풀린다. 현재 산업용 로봇(휴머노이드 포함)은 안전용 펜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된 센서 등으로 구현한 ‘가상 펜스 기술’을 활용해 공장 도입의 문턱을 낮춘다. 자율주행 메가특구에선 로보택시, 자율주행 렌터카 운행을 지원한다. 택시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 까다로운 운행 요건 등으로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시행한 사업이다.
기업 등 소비 주체가 발전 사업자와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사업체와 발전사 간 1 대 1 전력구매계약(PPA)만 가능했지만, 재생에너지 특구에서는 모든 소비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n 대 n’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미니 한전’ 같은 민간 기업 출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李 “이견, 정리할 것”이 대통령은 규제합리화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에게 “위원회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는 다른 이유로 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면 청와대로 보고해달라”며 “그러면 정리해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로봇 메가특구 내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차르(czar·러시아 황제)’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 스타일이다. 진짜 필요하다”며 “산업 현장의 규제는 다 억압인데, 정부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안 되니 다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를 위해 공무원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종원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가 공직자 인사 평가에 ‘적극 행정’ 항목을 기본점수로 넣자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아주 재미있는 말씀 해주셨다”며 “인사혁신처는 안 왔느냐. 그러면 국무조정실이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또 지방 중소기업이 원활하게 투자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좋은 의견”이라며 “우리 재정은 매우 제한적이고 여유가 많지 않은데, 금융 분야는 (상품을) 개발하기에 따라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형규/김리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