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평가하고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휴전 협상을 낙관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는 미국 중재로 백악관에서 회동했다. 미군 통제하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도 늘어나 휴전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거의 끝나간다”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종료되는 상태에 근접했다고 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어 “이란은 협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전까지 이란과 합의를 이룰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능하다”고 답했다. 찰스 3세는 오는 27~30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내에 뭔가가 일어날 수 있다”며 2차 휴전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기자에게 현재 진행 상황이 “조금 느리다”며 다음 회담 장소는 “좀 더 중심적인 곳, 아마도 유럽”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통화 후 30분가량 지나 다시 기자에게 전화해 “당신은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며 “이틀 내 뭔가가 일어날 수 있고, 우리가 그곳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는 2차 회담 장소가 이슬라마바드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현장사령관(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 총사령관)이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튀르키예 순방을 시작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실제 회담 장소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뉴스 취재진에게도 “앞으로 놀라운 이틀이 있을 것”이라며 휴전 연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SNS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르무즈해협을 영구적으로 개방하기로 한 것을 기뻐하고 있다”며 “이들(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란에는 양보 요구관건은 미국과 이란의 목표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조지아대 캠퍼스에서 열린 우파 청년운동 단체 행사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이 작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그랜드바겐(큰 합의)을 이루고 싶어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 기간을 ‘20년’으로 제안했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줄곧 말해왔다”며 “20년이라는 기간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구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이 이런 구상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 전략 일환으로 보인다.
또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안하는 것은 단순하다”며 “당신들(이란)이 정상적 국가로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당신들을 경제적으로 정상적인 나라로 대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2차 협상에서도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미국 협상단을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공격도 멈추나미국 통제를 벗어나는 듯하던 이스라엘이 휴전 등에 진전된 태도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 정부 중재하에 회동했다. 수교가 끊어진 두 나라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것은 1993년 이후 33년 만이다. 레바논 정부가 이란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를 직접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일단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협상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란은 휴전 및 종전 조건으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란과의 협상에 앞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에 이끌려 이스라엘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조속한 합의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미국과 맞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으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휴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할 동인이 되는 조치다. 이란 외교부는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메시지 교환을 지속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 요구에 불만이 생기면 사태가 다시 악화할 수도 있다.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이란군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될 경우 걸프해역과 오만해는 물론 홍해까지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