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로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ETF가 개별 종목 주가를 좌우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국내 증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소형 종목은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ETF 편입 여부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가격 왜곡 현상도 빈번해졌다.
왝더독은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ETF가 이 같은 역할을 하며 본주식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10일 상장된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 포함된 큐리언트, 성호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종목은 ETF 편입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20% 이상 뛰었다.
과거에도 이런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적과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지수 편입 비중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패시브 자금이 밀려들면서 급등한 종목을 일컫는 ‘패낳괴’(패시브가 낳은 괴물)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엔 유동성이 낮은 코스닥시장 중소형주를 담은 액티브, 테마형 ETF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5일 ETF 자금 유입에 따른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했다. IMF는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한국 증시의 시장 집중도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시먼지수(HHI)는 한국이 99.7로 미국(97.7), 영국(78.8), 일본(72.7)을 크게 웃돌았다. 소수 대형주 중심 구조가 심화해 특정 기업의 수급 변화가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IMF는 반도체 종목 등 일부 대형주 중심 구조에 ETF 자금 유입이 결합하면서 상승장에서는 상승 탄력이 커졌지만, 하락장에서는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ETF가 단순한 추종 상품을 넘어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고 평가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상품 관리와 함께 시장 집중도 완화, 유동성 확충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