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험을 전략 언어로 확장…MBA 통해 사고의 전환 이뤘죠"

입력 2026-04-15 15:59
수정 2026-04-15 16:00
디지털 전환(DT)과 인공지능(AI) 확산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직장인은 기존 경험과 방식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직장인이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에 진학하고 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실무 경험을 체계화하고 이를 전략적 사고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MBA 재학·졸업생들은 “MBA는 단순한 학위 취득을 넘어 실무 경험을 전략적으로 구조화하고 의사결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MBA 과정을 통해 실무에 기반한 판단을 전략적 사고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조직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 역시 한층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법무, 엔터테인먼트, 금융, 외식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MBA 과정을 경험한 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MBA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손수일(건국대 MBA 재학) “법학을 전공하고 법무법인에서 20년 넘게 소송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경영 지원,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존의 법률적 사고만으로는 업무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경영 통계, 분석, 마케팅 관리, 전략 경영 이론을 충실히 배우기 위해 MBA를 택했습니다.”

△김희태(한양대 MBA 재학)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조직 운영과 프로젝트 실행을 조율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다만 이런 문제의식을 실무에서 전략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이를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리더십을 고민하기 위해 MBA에 진학했습니다.”

△민병진(알토대 MBA 졸업) “한국씨티은행에서 인사, 전략기획, 커뮤니케이션을 넘나들며 조직 내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실무적 직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생겼습니다.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틀’과 ‘언어’가 필요했습니다.”

△방경석(세종대 MBA 졸업)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운영하며 이 산업이 구조적 전환기를 겪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가맹점 확대 중심의 외형 성장 전략이 유효했다면 현재는 수익성과 생존율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위해 MBA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MBA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업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손수일 “가장 큰 변화는 ‘사고의 전환’입니다. 전략경영과 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다양한 분석 기법을 실무 기획과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법률적 논리를 중심으로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경영 관점에 기반해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안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희태 “과제가 주어지면 이 과제가 조직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먼저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실행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전략, 재무, 조직, 이해관계자 측면을 함께 고려해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의사결정이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원우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공동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업에서 배운 리더십을 직접 실천해볼 수 있었습니다.”

△민병진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보다 ‘결정을 어떻게 조직에 이해시키고 실행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AI 등 기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조직 안에서 변화가 실제로 자리 잡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 결정이 어떻게 실행으로 이어지는지까지 고려하게 됐습니다.”

△방경석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별 점포 중심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MBA 이후 매출·재고·발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점포 운영 현황을 더욱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수 확대보다 생존율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확장 모델’ 구축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손수일 “시간 관리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직장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영학과 마케팅 이론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법학을 전공한 만큼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새롭게 이해하고 따라가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김희태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가운데 원우회 운영까지 맡아야 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있었습니다. 직장 업무를 마친 뒤 수업과 과제, 팀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했고 원우회장으로서 각종 행사와 커뮤니티 운영까지 챙겨야 하는 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능력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민병진 “기존의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을 내려놓고 새로운 관점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방식을 스스로 비워내는 일이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과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었고, 이는 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방경석 “외식업 특성상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해 학업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다양한 배경의 원우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협업의 중요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MBA 진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손수일 “나이와 환경에 얽매이기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을 때 도전하십시오. 한계를 넘어 사고를 확장하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리더로 성장하길 꿈꾼다면 체계적인 배움에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김희태 “MBA는 단순한 학위 취득이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와 사고방식을 재설계하는 과정입니다. 스펙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와 더 좋은 네트워크, 그리고 더 나은 리더십을 얻기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MBA를 바라봤으면 합니다.”

△민병진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성장이 시작됐다는 뜻입니다. 고민이 시작된 순간을 출발점으로 삼길 바랍니다. MBA에서 얻게 될 비즈니스 언어와 동문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여러분을 지켜줄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방경석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실행해야 합니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먼저 실행에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