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약 8조원 사고 있다. 고환율 위기 상황에서도 반도체업이 회복하고 국채 지수가 편입되는 영향이다. 지난달 한국 시장을 떠난 외국인들이 돌아오며 금융시장의 하단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따른다.
15일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의 장외 채권 거래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 기간 국내 채권 시장에서 총 2조723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외국인이 대규모 만기 상환 등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자금 이탈 우려를 키웠던 것과 상반된다.
총 7조5840억원을 매수하고 4조8610억원을 매도했다. 종목별로는 국채에서만 3조172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전체 유입세를 주도했다. 반면 은행채(-4286억원)와 통화안정증권(-211억원) 등에서는 순매도 흐름을 보였다.
채권 유입의 핵심 동력으로 이달 1일부터 공식 개시된 세계국채지수(WGBI)편입 효과가 꼽힌다. 환율이 1500원 부근에 도달하며 통화가치가 저평가됐다. 이 시점을 오히려 국채 매집의 기회로 판단하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실제로 지수편입 전인 지난달 31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882%였고 지난 14일에는 3.663%로 떨어졌다. 만기가 긴 채권에 돈이 몰리며 금리가 안정을 찾았다. 또 채권 시장으로 들어온 이 자금이 환율 급등의 충격을 막아주고 있다.
주식 시장 내 외국인 매수세는 늘고 있다. 1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5조372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자금은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쏠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1조9607억원, SK하이닉스를 약 2조82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순매수 합계액이 4조685억원에 달한다. 이달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약 90%가 반도체 두 기업에 집중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9일 하루에 2조2110억원의 순매수 유입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고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이는 원인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글로벌 펀드들이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AI 랠리를 주도하는 아시아 IT 기업들을 이익의 피난처로 삼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강력한 수출 회복세와 국채 지수 편입 호재가 겹치며 글로벌 자금의 핵심 타깃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