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전쟁비용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지며 물가를 자극하는 복합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인프라 재편, 국가부채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단기 충격을 넘어 미국의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산물·반도체까지 도미노 타격”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CIO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글로벌 경제에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도버 CIO는 지난 4월 8일(현지 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단순히 에너지 가격의 영향만 보고 있다면 오산”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의 통제 상황이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비료의 원료가 되는 질소 생산과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헬륨 공급망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전방위적인 물가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버 CIO는 이번 사태가 두 가지 측면에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헤드윈드(역풍)를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자국 우선주의 강화 측면을 언급했다. 각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원재료를 찾는 대신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현지 생산(로컬화)을 택하면서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인프라의 재편도 주요 요인이다. 전 세계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공급망을 전면 재구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이 결국 물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는 “시장은 현재 성장률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변동성지수(VIX) 등을 참고한 절제된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미 납세자 최대 1조달러 부담할 수도
미국 정부가 이란과 전쟁을 치르면서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핵심 변수다. 국채 부담이 늘어날수록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재정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어서다. 실제 이란 전쟁이 공식 추산보다 훨씬 큰 비용을 초래해 미국 납세자에게 최대 1조달러의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월 13일 CNBC는 미국 국방부 자료를 활용해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첫 6일 동안에만 113억달러(약 15조원)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공공정책 전문가 린다 빌메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비용은 결국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월 6일 발표한 연구에서 이번 군사작전이 장기적으로 미국 국가부채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지적했다.
빌메스 교수는 실제 교전이 이어진 약 40일 동안 단기 비용만 하루 약 2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는 탄약, 병력 운용, 군사 자산 손실 비용이 포함된다. 예컨대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오인 사격으로 F-15 전투기 3대가 격추된 사례도 포함된다.
그는 “펜타곤이 발표하는 비용은 보유 자산의 과거 장부가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현재 가격으로 해당 자산을 다시 확보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보다 낮게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차이로 인해 공식 발표된 113억달러는 실제로는 약 160억달러에 가까울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쟁의 실제 비용과 실시간 보고 수치 간에 구조적인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프라 재건·보상까지…부담 눈덩이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및 걸프 지역 동맹국의 군사시설과 인프라 복구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약 5만5000명에 달하는 파병 병력이 독성 물질과 환경 위험에 노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평생 장애 보상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납세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백악관은 국방 예산을 1조5000억달러로 확대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비 증가다. 국방부가 별도로 요청한 이란 전쟁 대비 예산 2000억달러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빌메스 교수는 “의회가 전액 증액을 승인하지 않더라도 매년 최소 1000억달러가 기존 국방 예산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출 확대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 재정적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라크 전쟁 당시 총 비용은 약 2조달러였지만 당시 공공부채는 4조달러 미만이었다. 현재 미국의 공공부채는 31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상당 부분이 과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빌메스 교수는 “현재는 훨씬 더 큰 부채 기반 위에서 더 높은 금리로 전쟁 비용을 차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자 비용만으로도 전쟁 총비용에 수십억 달러가 추가될 것”이라며 “초기 비용과 달리 이러한 부담은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가된다”고 했다.
중간선거 최대 이슈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를 자극해 전기요금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OPEC의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 지역 국가들의 3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최대 27% 급감했다. 특히 이라크의 생산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라크는 2월 하루 420만 배럴에서 3월 160만 배럴로 줄어들며 61% 급감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각각 53%, 44%의 생산 감소를 기록했다. 이번 생산 감소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속에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선 소수 경합 지역구의 전기요금 관련 민심 변화만으로도 정치권력 지형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5년 입소스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전기요금 상승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실제 오하이오, 메인, 미시간 등 주요 경합 지역에서도 전기요금은 핵심 선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에서는 천정부지로 오른 전기요금이 유권자 불만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펜실베이니아 동부 레하이밸리(앨런타운·베들레헴 일대)에서는 전기요금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이 지역은 펜실베이니아 내 주요 산업·주거 지역 중 하나로 2020년 이후 전기요금이 최대 20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평균 가계 부담이 월 23달러 증가했다. 전력망 운영기구 PJM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8년까지 총 230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발 리스크로 인플레이션 수치 전망도 어두워졌다. 도버 CIO는 “당초 미 인플레이션이 3%에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최소 3%, 최악의 경우 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방향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시장의 관심은 이제 Fed가 아니라 이란 전쟁으로 옮겨갔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Fed가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