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재외국민 참정권 제한 등 위헌 판정을 받은 법안 4건에 대한 개정이 완료됐다. 그러나 낙태죄와 일몰 후 옥외집회 전면 금지 등 26건은 여전히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1~3월에 헌재의 위헌성 결정을 반영한 법률 4건 개정이 마무리됐다고 14일 밝혔다.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달 국민투표법이 개정된 게 대표적이다. 헌재가 2014년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0년 만이다. 헌법불합치란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위헌으로 판정된 법 조항을 즉각적으로 무효화하지 않는 결정을 의미한다.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도 지난달 이뤄졌다. 2024년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상속권 상실 제도가 도입됐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뿐 아니라 직계비속과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가정법원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월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됐다. 집시법의 경우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등 지역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옥외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과거사정리법엔 국가배상 소멸시효 특례규정이 신설됐다. 각각 2022년(집시법)과 2018년(과거사정리법)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법 조항이 개정됐다.
다만 대체 법안이 제때 마련되지 못해 장기간 ‘입법 공백’ 상황에 놓여 있는 위헌 법안도 적지 않다. 헌재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20년 12월말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라고 시한을 정했다. 그러나 후속 입법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낙태죄 조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우다. 일몰 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규정은 2009년 9월 위헌 결정 당시 법 개정 시한이 2010년 6월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15년9개월 이상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시한 없이 헌법불합치 결정된 약사법(법인약국 설립 제한 위헌) 조항은 결정일(2002년 9월)로부터 23년 6개월 이상 지난 현재까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1988년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619개 법령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593개(95.8%)는 개정을 마쳤고, 나머지 26개는 아직 미개정 상태다. 헌재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의 82.1%는 법 개정 시한을 명시했다. 평균 1년5개월의 기간을 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입법이 완료된 헌법불합치 법령의 평균 개정 기간은 약 1년6개월이었다. 절반 이상(57%)은 헌재의 개정시한을 준수해 입법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43%는 시한을 넘겼다. 이 경우 10개월 가량의 입법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