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철강 관세 폭탄…韓 철강기업 '초비상'

입력 2026-04-14 17:35
수정 2026-04-15 00:43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 제품의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축소하기로 했다. 또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의 관세율을 현재 25%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으로 대(對)미국 수출길이 막힌 저렴한 철강재가 유럽으로 밀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유럽에 수출하는 한국 철강업체가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럽의회와 EU 이사회가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에 따르면 무관세 수입 쿼터는 현재 연 3500만t에서 절반 수준인 1830만t으로 줄어든다.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50% 관세가 붙는다. 모든 철강재에는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쇳물로 제조했는지 증명할 의무가 부과된다.

새로운 관세 기준이 적용되면 현행 철강 수입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비해 국가별로 배정된 무관세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무관세 물량은 국가별로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관세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합의문이 공식 채택되려면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 정상회의와 유럽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역내 철강산업 육성에 대한 회원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합의문이 무리 없이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세계적 과잉 생산에 맞서 EU 철강 제조 부문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관세 인상에 따라 비용 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EU는 지난해 한국산 철강을 37억1300만달러어치 사들인 최대 고객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EU 철강 수출량은 331만t으로, 이 중 약 258만t이 무관세 물량으로 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인건비와 전기료가 비싼 데다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 현지 제철소 건설도 쉽지 않다”며 “정부가 협상을 통해 최대한 많은 무관세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안시욱/노유정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