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권 강화…'기업 방어권' 보장과 균형 이뤄야" [광장의 공정거래]

입력 2026-04-15 06:55
수정 2026-04-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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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권과 관련하여 피조사인의 조사 불응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여서 조사 절차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법 위반행위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피조사인이 공정위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에 직전 사업연도 연매출액의 1%를 상한으로 하는 과징금과 직전 사업연도 일평균 매출액의 5%를 상한으로 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제재 수준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사권 강화 방안은 피조사인의 방어권 보장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피조사인이 조사 거부, 방해 또는 기피 행위를 하는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그 제재 수준이 높지 않아 조사 불응에 대한 억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강력한 형사 처벌 조항에 제한되는 방어권 행사 역량그러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이와 달리 각종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즉 보고 명령이나 자료제출 명령 등에 대해 보고, 자료, 물건을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의 보고, 자료, 물건을 제출한 경우, 현장조사 시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방해하거나 자료의 은닉, 폐기, 접근 거부, 위·변조 등을 통해 조사를 방해한 경우에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임직원 개인에게도 부과될 수 있는 형사적 책임은 그 자체로 강력한 심리적 압박이 되어 조사에 불응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조사권 행사의 적법성 여부를 법원에서 바로 판단 받을 수 있는 사법심사절차가 공정거래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방어권 행사에 장애요인이 된다.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할 때 정당한 법률에 근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절차 또한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적절해야 한다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정위의 조사권은 피조사인의 방어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조사권 강화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에 방어권 보장의 충분성 여부도 병행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집행위원회(EC)의 조사권 관련 규정을 참고할 수 있다.

EC는 사건 조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 요구(by simple request)와 결정에 의한 요구(by decision)로 나뉜다. 단순 요구의 경우에 기업이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부정확하거나 오도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면에 결정에 의한 요구를 하면 기업은 이에 응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부정확한 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답변 시한 내에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피조사인은 조사 결정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거나 조사 목적과 무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등의 경우 EU 일반법원(General Court)에 해당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C가 현장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이와 유사하게 임의적 조사와 의무적 조사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임의적 조사 시에는 기업이 조사에 반드시 응할 법적 의무가 없는 반면에 EC 결정에 의한 의무적 조사의 경우에는 기업이 조사에 응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경제 제재로 실효성 확보하고 형벌 부과는 재검토해야차제에 조사권 강화 논의와 함께 조사권을 임의적 조사와 의무적 조사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임의적 조사에서는 피조사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때만 제재하고, 조사에 응할 의무가 수반되는 의무적 조사에서는 조사 불응 시에도 제재를 부과하는 식이다. 그 경우 조사 불응 등에 대해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있으면 조사 절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할 것이므로,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 등에 더해 공정거래법에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의무적 조사의 경우에는 피조사인이 조사에 응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임의적 조사에 비해 공정위 내부 통제 절차를 강화하고, 나아가 피조사인이 조사 처분의 적법성이나 범위 등에 대해 법원에서 바로 판단 받아 볼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정위의 강력한 조사권은 위법행위 근절을 위한 필수 도구다. 다만 그 권한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피조사인의 방어권 또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조사권과 방어권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법 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면서도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방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