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기초유분 '긴급 수급조정' 이번주 시행…중동, 韓 비축기지 활용 '러시'

입력 2026-04-14 15:09
수정 2026-04-14 15:15

정부가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석유화학 기초유분에 대한 긴급 수급 조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를 피하려는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의 석유 비축기지를 ‘역외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요청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비축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중동상황 브리핑을 열어 “금주 주 중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대상으로 ‘매점매석 금지’ 및 ‘긴급 수급 조정 명령’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틸렌든 PE 등으로 변신하는 중간 원료다. 프로필렌든 PP형로 만들어지는 원료다. 보타디엔은 탄성이 필요한 거의 타이어, 신발 밑창과 가전제품과 장난감 등에 쓰이는 고강도 플라스틱(ABS)의 핵심 원료다. BTX는 나일론, 도료, 페트병 등에 널리 활용된다.

정부는 기초 유분에 대해 나프타와 마찬가지로 수출제한을 포함한 고강도 수급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초유분으로 만드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하위 제품은 현실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번 수급 통제 대상에선 제외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수요를 차단하고, 재고 파악이 용이한 기초유분에 대해서만 공급망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PP나 PE 등은 현실적으로 모니터링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나프타 수입 단가 상승분을 보조하는 ‘나프타 수급 안정 지원 사업’에 추경 예산 6744억 원 투입하기로 했다. 4월 1일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해으나, 아직 신청은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사태 이후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은 55%(지난 3월)까지 급락했었다는 게 양 실장의 설명이다. 이번 추경 지원사업을 통해 NCC 이전 수준인 7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0일을 넘기며 중동 산유국(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들이 한국을 ‘동북아 석유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많다는 설명이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가 해협 밖인 한국에 미리 재고를 쌓아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양 실장은 “이미 계약을 맺은 UAE 외에 다른 산유국들도 한국 석유공사 기지 활용을 위해 접촉 중”이라고 소개했다. 위기 시 국내 정유사가 해당 물량을 우선 구매할 수 있어 ‘실질적 비축량 확대’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 비축유 기지 용량은 1억4597만배럴 규모로 사용률은 90%다. 비축 용량을 2000만 배럴 추가 증설하기 위해 이번 추경에 설계 용역비를 반영했다. 양 실장은 “대체 물량 확보 협상 과정에서 우리 비축기지 활용 제안이 산유국들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봉쇄 선언 이후 브렌트유가 전쟁 전 대비 35%, WTI가 46%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하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원유 1억 1800만 배럴을 확보(5월까지)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얀부(Yanbu)항을 통한 도입이 핵심적이라는 설명이다. 4개 정유사가 신청한 3200만 배럴의 비축유 스왑 물량 중 1700만 배럴을 4월 중 즉각 투입한다.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도 양 실장은 “싱가포르 몹스(MOPS) 가격이 한때 3배까지 치솟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민생 경제 충격을 고려해 가격 반영 속도를 조절하며 수요 관리 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