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이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 부품업체인 윌테크놀러지를 인수했다. 작년 7월 이후 벌써 세 번째 인수합병(M&A)이다. 주력 사업인 제지업 성장이 둔화하자 반도체와 전장 등 신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됐다 한솔가(家)의 3세대 경영이 본격화하는 것과 맞물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4년 전부터 M&A 본격화한솔테크닉스는 13일 윌테크놀러지 지분 83.4%(주식 611만544주)를 1772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2021년 설립된 윌테크놀러지는 ‘프로브카드’를 만드는 기업이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칩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미세 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정밀도가 요구되는 분야로 진입 장벽이 높다. 윌테크놀러지는 이 분야 국내 1위 업체로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테크닉스는 TV·가전용 전자부품과 자동차·선박 등 전장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한솔테크닉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윌테크놀러지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영역에서 확고한 기반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장기적 성장 비전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솔그룹은 지난해부터 M&A 시장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선박과 로봇용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한솔오리온텍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엔 반도체 소재 재생 사업을 하는 에스아이머티리얼즈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한솔그룹은 2022년 1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정밀 가공업체인 한솔아이원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후 통합(PMI)에 자신감이 붙자 M&A를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은 회사 내부의 신사업 조직이 외부 IB 도움 없이 M&A 업무를 주도한다”며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 실사와 밸류에이션 평가 등을 지원받는 정도”라고 전했다.
그룹 신사업 팀은 오너 3세인 조성민 한솔홀딩스 사업지원실장(부사장)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 부사장은 지난 2023년부터 한솔홀딩스에서 그룹 기획과 전략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외손자다. ◇제지업 ‘캐시카우’로 신사업 확장업계에선 이번 거래를 제지와 전자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한솔그룹 사업 영역을 반도체 등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한솔그룹은 1990년대 PCS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며 재계 서열 약 20위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충격 이후엔 구조조정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주력 계열사는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로 지난해 매출 2조2900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 사업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현금으로 반도체·소재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윌테크놀러지의 인수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분 100% 기준 윌테크놀러지 몸값(2126억원)은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204억원)의 10배에 달한다. 한솔테크닉스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솔테크닉스 관계자는 “전체 사업 중 반도체 비중은 10~13%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안대규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