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아플 수 없습니다…주주와 임직원이 아픈 거죠"

입력 2026-04-13 18:08
수정 2026-04-13 19:27
“도요타(회사)는 아플 수 없습니다. 거기 근무하는 주주와 임직원이 아픈 거죠. 상법 개정도 비슷한 개념입니다.”(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법인 LKB평산이 금융법센터 출범을 계기로 상법 개정과 기업금융 변화를 짚는 심포지엄을 열고, 주주 중심 법체계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굵직한 기업 사건 수임과 전관 영입을 통해 몸집을 키운 LKB평산이 금융·기업 자문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기업금융 영향↑LKB평산 금융법센터는 1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LKB평산 정곡관 라운지에서 '상법 개정과 기업금융'을 주제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로펌·학계·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해 최근 상법 개정의 의미와 기업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3월 설립된 금융법센터가 은행·보험·증권·디지털자산 등 금융 전반에 대한 종합 법률서비스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열렸다. 전현정 센터장은 개회사에서 "금융은 시장경제의 핵심 축이며 관련 분쟁 역시 규모와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법센터는 다양한 금융 분쟁에 대한 해법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은 크게 세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전자주주총회 도입, 3% 합산 룰 확대 적용 등이 담긴 게 1차 개정이다. 2차 개정은 대규모 상장법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 등이다. 올해 2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국회를 통과한 게 3차 개정으로 불린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훈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으로 규정했다. 기존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시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상법 개정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했다.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게 전달하는 비율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10년 주주환원율은 29%로 미국(92%)과 중국(31%)보다 낮다. 합병이나 증자, 분할 등 자본거래가 이뤄질 때 일반주주 입장에서 배분 비율이 불리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일반주주 의사 반영 메커니즘이나 실효적 권리수제 수단이 미흡한 점도 그동안 한계로 지목됐다.

이 교수는 상법 개정을 두고 "회사 중심에서 주주까지 고려하는 법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간 괴리를 해소하고, 자본비용과 거버넌스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과 금융이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개정 상법은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하고, 총주주의 이익 보호 및 공평 대우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기존 '회사 충실' 중심 구조에서 '주주 가치'까지 포섭하는 구조로 변화하는 것으로, 배당·유상증자·M&A 등 기업금융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조문 개정에서 '실무' 변화로 이어져야 토론에서는 제도 실효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안태준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 상법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달리 규칙 중심(rule-based) 구조가 강해 법원의 해석 여지가 제한적이었다"며 "다만 최근 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 등 원칙적 기준이 도입된 만큼, 사법부가 일반조항을 통해 실무 변화를 끌어내는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상엽 KSY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주주 보호 강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 해석 기준과 집행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형사 절차와 민사 구제의 연계, 연성 규범(Soft Law) 보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주철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 등 다른 토론자들은 주주 충실의무 적용 과정에서 단기·장기 투자자 간 이해 충돌, 금융규제와의 긴장, 권리구제 수단의 불확실성 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특히 가처분·손해배상 등 구체적 소송 구조가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제도의 파급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금융법센터 출범과 심포지엄을 계기로 법무법인 LKB평산이 기업금융·통상·규제 대응까지 아우르는 종합 로펌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상법 개정과 맞물려 주주 중심 거버넌스, 자본시장 규제 대응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련 자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