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3억' 잭팟 터져도…"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사요" [돈앤톡]

입력 2026-04-14 06:30
수정 2026-04-14 06:41

SK하이닉스 임직원 성과급이 내년 13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왔습니다. 파격적인 수준이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에 집 한 채도 사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토로가 나옵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SK하이닉스 임직원 1명이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은 13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입니다.

이런 계산이 나온 배경은 먼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맥쿼리증권에 따르면 내년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447조원으로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노사 협상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협상을 통한 PS 재원은 44조7000억원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은 3만4500여 명인데 단순 계산에 따르면 1인당 12억9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격적인 수준의 성과급이지만 대출 없이 성과급만으로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기엔 모자랍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3월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5억5454만원입니다. SK하이닉스 성과급으로 집 1가구를 마련하려면 지난해 4월(12억9720만원)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015년 5월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0년 9월 10억원을 뚫었습니다. 이후 7개월 만인 2021년 4월 11억원, 또 6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12억원 선으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치솟던 서울 평균 매매 가격은 2022년 11월 12억8220만원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4월 13억원 선으로, 7월 14억원 선으로 올랐고 12월엔 15억원을 뚫었습니다. 현재는 15억원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평균 가격이 아닌 중위가격으로 보면 매수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 평균 가격은 초저가, 초고가 아파트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중위 가격은 중간값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정도로 볼 수 있어서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3월 기준으로 12억원입니다. 아파트를 가격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가격의 아파트 가격이 12억원이란 얘기입니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별로 5등분 해놓은 5분위 가격으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 13억원이라는 금액으로는 서울에서 1분위(5억1163만원), 2분위(8억2955만원), 3분위(12억157만원)에 해당하는 단지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분위(17억7044만원), 5분위(34억6065만원) 등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면적별로 살펴보면 사실상 소형 아파트만 가능합니다. 3월 기준 서울 소형 아파트(60㎡ 이하) 평균 매매 가격은 9억9566만원입니다. 중소형(60㎡ 초과 85㎡ 이하)은 15억1022만원, 중형(85㎡ 초과 102㎡ 이하)은 22억5190만원, 중대형(102㎡ 초과 135㎡ 이하)은 20억7018만원, 대형(135㎡ 초과)은 37억2439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어떤 단지를 고르느냐, 어떤 면적대를 선택하느냐, 또 현재 예비 매수자가 가지고 있는 자금이 얼마 있느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셈법이 복잡하겠지만 단순하게 '13억원'이라는 돈만 놓고 본다면 현재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 매수가 가장 유력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대출 규제를 내놨습니다. 집값에 따라 대출이 제한됩니다. 15억원 이하의 경우 최대 6억원까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15억원 이하 거래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79.0%였으나 2월에는 81.3%로, 3월 들어서는 85.4%로 높아졌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