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스페인급 대정전' 온다…'전력감독원' 신설 본격화

입력 2026-04-13 15:40
수정 2026-04-13 15:49

정부가 전력망과 전력시장이 적절하게 운영되는지 감시하는 독립기관인 '전력감독원'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 등은 14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전력감독원 신설에 관한 전력 거버넌스 포럼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에 맞춰 전력망 운영의 복잡성이 커진 만큼,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감독 체계를 구축해 대정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에는 지난해 1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전력감독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기후부가 전력감독원 신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작년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덮친 대정전 사고의 교훈 때문이다. 당시 사고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전력망의 기술 규범인 '그리드코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갑자기 쏟아지거나 끊길 때,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정교한 기술 기준과 이를 강제할 감시 기구가 없으면 국가 전체 전력계통이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력감독원은 영미권의 선진적인 전력 감독 체계를 벤치마킹했다. 미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주별 독립계통운영자(ISO)’로 이어지는 촘촘한 3단계 감시망을, 영국은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가스·전력시장청(Ofgem)-국가에너지계통운영자(NESO)’ 체계를 통해 전력망 운영을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 규모다. 미국 FERC는 1500명, 영국 Ofgem은 1900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이 24시간 전력망 안정성을 감시하지만, 한국은 거래소의 실무 직원 7명이 7000여개로 늘어난 회원사를 도맡고 있다.

전력망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감시 기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연중 전력수요가 가장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차이는 2021년 48.7GW에서 2025년 60.2GW로 대폭 확대됐다. 수요가 들쑥날쑥할 때는 발전원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하지만, 한번 켜면 끄기 힘든 원전이나 날씨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같은 '경직성 전원'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다.

실제로 봄철 경부하기 기준 경직성 전원 비중은 2021년 62.3%에서 2025년 81.1%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강제로 발전을 중단시키는 출력제어 횟수는 작년 82회로 재작년보다 3배 늘었고, 제어량은 109.4GWh로 9배나 급증하며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