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곧 리더십'이라는 리더들에게

입력 2026-04-14 16:44


리더십의 정의를 모르는 리더는 드물다. 조직에서 직책을 맡게 되면, 리더는 교육을 이수하고 때로는 전문 코칭도 받는다. 그런데 실무에서 리더십은 왜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리더십의 오래된 난제,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다.

괴테는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라 말했다. 괴테의 이러한 일침은 리더십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하지만 리더가 머리로 리더십을 이해하고, 이를 일상에서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원인은 리더가 흔히 빠지게 되는 몇 가지 함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함정들은 수많은 리더십 이론을 현장에서 한낱 죽은 지식으로 전락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i># ‘성과가 곧 리더십이야!’ 결과주의의 함정</i>
많은 리더가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를 리더십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의 자리에서 여전히 직접 성과를 만드는 데 매몰되어 유능한 실무자로 머무르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팀원이 맡기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내가 하는 게 빠를 것 같아요”라며 가져가버리는 순간, 성과는 얻을지 모르나 구성원은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 리더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팀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십의 본질이다.

다시 말해, 성과는 리더십을 통한 결과일 뿐 리더십 그 자체는 아니다. 결과에만 매몰된 리더십은 눈 앞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의 성장 기회를 쉽게 박탈한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압박 속에서 구성원은 점차 안전한 선택만 고집하게 되고, 이는 조직 전체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킨다. 눈앞의 숫자를 위해 미래를 위한 학습과 시행착오의 기회를 맞바꾼 대가는 결국 조직의 자생력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i># “왜 저렇게 수동적이야?” 거울을 보지 않는 리더</i>
리더는 팀 문화의 거울이다. 구성원의 소극적인 태도나 낮은 몰입도는 대개 리더가 만들어온 환경을 투영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구성원이 침묵한다면, 그건 리더가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전 회의에서 여러 차례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리더가 “검토해볼게요”라고 말하고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넘어갔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구성원들은 당연하게도 점차 입을 닫고 만다.

구성원의 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리더가 먼저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비난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남을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변화시켜 팀의 문화를 일궈야 한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열고 경청할 때, 구성원은 비로소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i># 성장을 멈추는 한마디 “저럴 줄 알았어!”</i>
리더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의 모습이 그 리더의 전부가 아니다. 연례행사처럼 돌아오는 리더십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저 사람은 원래 리더감이 아니야” 혹은 “나는 리더 체질이 아니야”라며 선을 긋는 순간, 리더의 성장판도 닫힌다. 리더십 평가의 목적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성찰에 있어야 한다.

픽사(Pixar)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앤드루 스탠턴(Andrew Stanton)의 사례는 성찰의 힘을 잘 보여준다. 그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월-E〉를 성공시킨 거장이지만, 처음 도전했던 실사 영화 〈존 카터〉 제작 과정 중 독단적인 소통 방식으로 팀의 신뢰를 잃는 위기를 겪었고, 영화 흥행에서도 참패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픽사의 피드백 시스템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를 통해 동료의 날 선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실수를 통해 배운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피드백을 성장의 데이터로 전환한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는 다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 제작에 참여해 성공시키고 리더로서의 영향력을 회복한다.


<i># 리더십: 일상의 습관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정</i>
리더십은 매일의 선택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여정(Journey)이다. 그 선택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루틴’이 될 때, 비로소 리더십은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다. 리더십은 근육과 같다. 단 한 번의 고강도 운동으로 몸이 좋아질 수 없듯, 꾸준한 반복으로 체득되지 않은 리더십은 현업에서 근육통 같은 거부감만 남길 뿐이다.

리더십은 거창한 전략이 아닌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 존재한다. 출근길 구성원에게 먼저 건네는 다정한 인사, 회의의 정적을 깨고 참여를 이끄는 질문 한마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구성원에게 남기는 짧은 격려의 메모, 팀원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도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질문,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보다 “내가 이 부분은 놓쳤군요”라고 정직하게 인정하는 용기, 메신저의 차가운 텍스트 대신, 눈을 맞추며 전하는 진심 어린 피드백…

이와 같은 선택이 숨 쉬듯, 물을 마시듯 몸에 밸 때에 비로소 리더십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인다. 단단한 리더십은 단 한 번의 위대한 결심이 아닌, 멈추지 않는 매일의 반복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오늘 당신은 리더로서 어떤 일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변솔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