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더 빨리 보내달라"…중동 'SOS'에 美 무기 패권 흔들

입력 2026-04-13 04:18
수정 2026-04-13 04:19



미국의 중동 내 핵심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방공망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산 무기 체계의 조기 인도를 요청하며 '공급선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이들 국가가 최근 급증한 이란계 드론 공격으로 방공 탄약이 고갈되자, 미국 일변도의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영국·우크라이나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긴박하게 움직이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방부는 최근 한국 한화와 LIG D&A(옛 LIG넥스원)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천궁Ⅱ)의 인도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이는 지난 2024년 2월 체결된 32억 달러(약 4조 5000억원) 규모의 계약 이행을 가속화하려는 것이다.

UAE도 한국 업체들에 요격미사일 추가 물량 공급을 긴급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는 최근 이란의 대규모 공습 당시 실제 운용되어 적의 미사일과 드론을 성공적으로 격추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미국산 패트리엇(PAC-3) 미사일 1발 가격이 약 50억원을 상회하는 반면, 천궁Ⅱ는 15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수출 승인 절차 지연과 천문학적 유지 비용에 지친 걸프 국가들이 실전 능력이 검증된 K방산을 최우선 대안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방산 공급망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동시 지원으로 인해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과 업계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 미인도 물량(백로그)은 약 2000억 달러(약 270조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패트리엇 시스템의 경우 주문 후 인도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틈을 타 한국은 성능, 가격, 신속한 납기라는 '3박자'를 앞세워 중동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행보는 단순한 무기 구입을 넘어 '창의적 방어' 체계 구축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수만 달러에 불과한 저가형 '샤헤드' 드론 공격에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쏘는 소모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과 영국의 저가 미사일 시스템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이미 우크라이나와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현지 요격 기술 전수 및 공동 생산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현상을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방산 패권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가변성이 큰 미국의 무기 수출 정책에 대응해 한국 등 신흥 방산강국들의 무기 구매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걸프 국가들의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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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