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타깃된 판·검사…하루 4명꼴로 고소·고발

입력 2026-04-12 18:05
수정 2026-04-13 00:20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법관과 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시행 한 달 동안 고소, 고발이 쏟아졌다. 논란이 된 판결과 수사로 고발된 법조계 핵심 인사뿐만 아니라 일선 형사법관까지 피의자가 되면서 ‘수사·재판 위축’이 우려된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법왜곡죄 시행 이후 같은 달 25일까지 전국 시·도 경찰청에 접수된 사건은 총 44건, 피의자는 118명이었다. 하루 평균 4명꼴로 법조계 관계자에 대해 고소·고발이 이뤄진 셈이다. 고발 대상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 박상용 검사 등 사법부와 검찰 핵심 인사가 망라됐다.

특히 법관을 향한 고소·고발이 집중돼 일선 재판부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 재판장이던 김상연 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가 직권남용 및 법왜곡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쌍용자동차 먹튀 의혹’으로 기소된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재판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자 피해 주주들이 “법을 왜곡해 면죄부를 줬다”며 고소했다.

법조계는 삼권분립의 핵심인 법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법관의 소신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발 리스크 때문에 형사부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고발 법관의 변호인 선임 지원, 전담기구 설립, 부당 소송 지원 내규 개정 등을 검토 중이다. 사법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 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13일 회의에서 법왜곡죄를 포함한 ‘사법 3법’ 관련 우려를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법리 판단 오류를 고의적인 법 왜곡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범죄 구성요건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대부분 불송치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