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관 2명이 내부에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장에 머물던 유증기가 폭발하며 불길이 급격히 확산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5분께 완도군 군외면의 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 신고 6분 만에 선착대가 도착했고, 오전 9시를 기해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발화 지점을 찾기 위해 두 차례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진압 과정에서 오전 9시2분께 내부에 들어간 소방관 2명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창고 내부에서는 짙은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빠르게 번져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지휘를 맡은 이민석 전남 완도소방서장은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 7명이 먼저 진입해 화재를 진압했고, 상황 판단 회의를 하던 중 다른 곳에서 연기가 보여 2차 진입을 결정했다”며 “2차 진입 과정에서 천장에 머물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증기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은 연기와 불꽃이 보여 지휘팀장이 밖으로 대피하라고 무전으로 알렸으나 7명 중 2명이 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휴대폰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대원들이 냉동창고 내부에 고립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수색에 나서 오전 10시2분께 숨진 완도소방서 소속 A소방위(44)를, 오전 11시23분께 해남소방서 소속 B소방사(30)를 수습했다.
이날 화재는 공장 바닥의 에폭시 페인트 제거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토치를 사용해 페인트를 제거하던 중 불이 붙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불에 취약한 에폭시 바닥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창고가 화염 확산 요인으로 지목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115명과 장비 39대를 투입해 오전 11시26분께 진화를 마쳤다. 이날 화재로 공장 관계자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및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 적정성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로 올해 순직한 소방관은 3명으로 늘었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화재 진압과 구조 등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소방관은 총 35명으로, 연평균 3.5명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고인의 용기와 헌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