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가장 먼저 진입해 진화·인명 구조에 나섰다 순직한 2명의 소방관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거나 세 자녀를 둔 아버지였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남소방서 한 지역대 소속 A(30) 소방사는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A 소방사는 1996년생으로, 임용된 지 3년 남짓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연고가 없는 해남에서 근무하면서도 다른 지역에 있는 자택을 오가는 출퇴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험한 현장도 묵묵히 지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들은 연합뉴스에 부족한 현장 인력 탓에 구급대 업무뿐만 아니라 소방차 운전·화재 진압까지 도맡아 온 '만능 소방관'이었다고 전했다.
A 소방사와 함께 현장에서 숨진 완도소방서 소속 B(44)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10여년 넘게 전남 지역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인 B 소방위는 후배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관 대부분이 자녀를 둔 아버지여서 동료들의 안타까움도 그만큼 더 크다"며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8시 25분께였다. 신고 접수 6분 만인 오전 8시 31분께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선착대가 도착했다. 이후 7~9분 사이 간격을 두고 14㎞가량 떨어진 완도소방서에서 진화차·탱크차 등 5대와 소방관 14명이 증원되며 초기 진화 작업이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창고 2층 샌드위치 패널 사이로 연기가 가득 차고 불길이 번지자, 오전 9시를 기해 지역 내 소방력이 총동원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오전 9시 2분, 불이 난 창고로 진입한 북평지역대 A 소방사와 완도소방 구조대원 B 소방위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해남소방 지역대·완도소방 본대가 현장 진입에 나선 오전 8시 40분으로부터 20분여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은 창고 안에서 진화 작업을 하다가 급격히 확산해 현장에 고립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화재 발생 1시간 30분·2시간여만에 동료들로부터 수습됐다.
전남 지역에서 소방관이 현장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것은 지난 2020년 7월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故) 김국환 소방장 사고 이후 6년 만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