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편입된 대체복무를 거부한 병역기피자에 대해 병무청이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실제 거주지를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우편 반송만을 이유로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대체역 편입 후 입소를 거부한 A씨가 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인적사항 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아 대체역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대체복무교육센터 입소 통지를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당시 병무청에 "현행 대체복무 제도가 기간 및 정도 측면에서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병무청은 2024년 2월 A씨를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 공개 대상으로 선정했다. 병무청은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소명서 제출을 안내하는 사전통지서를 두 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우편물이 모두 반송되자 관보 등에 내용을 게재하는 '공시송달' 절차를 거친 뒤, 같은 해 12월 병무청 홈페이지에 A씨의 이름과 나이, 기피 요지 등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A씨는 "사전통지서를 받지 못해 소명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병무청이 진행한 공시송달의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상 공시송달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송달이 불가능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인정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무청이 병적조회서 등을 통해 A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전화 연락을 취하거나 실제 거주지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공시송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명단 공개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