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에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해외 자산을 파악하는 데 큰 공백이 있어 시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소득세 징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세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본토)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인도 등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발생한 수익을 과세당국이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영국 독일 등 암호화 자산 정보교환 체계(CARF)에 참여한 56개국의 정보는 입수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은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2029년 이후에야 정보를 공유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매매 차익과 대여 수익 등에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과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암호화폐 지갑을 보유한 투자자가 탈중앙화거래소를 통하면 실명 등 신원 확인 없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탈세나 자금 세탁을 막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자만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매매 차익에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주식 투자와 비교해도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 탈중앙화금융 예치자산 규모는 949억3200만달러(약 141조원, 9일 기준)에 달한다.
세부적인 과세 기준도 미확정 상태다. 과세를 위해선 암호화폐 예치·대여 수익과 무상배포 수익(에어드롭) 등 다양한 가상자산 수익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및 범위, 취득가액 산정 방식 등이 마련돼야 한다. 국세청은 “해외 입법례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5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과세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애초에 제도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라며 “1300만 투자자와 국내 가상자산 시장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소득세를 전면 재검토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